쓰는 나 사용기
시작은 코로나 시기 답답함을 덜기 위해 선택한 걷기였다. 당시에도 뛰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어휴, 난 저건 못해. 이것 만도 얼마나 애쓰는 건데'라며 되뇌었지만, 부러움과 좌절감이 함께 심장 구석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걷기로 한 달 중 25일을 채우던 2년을 넘길 즈음, 코로나 2회 차를 보냈다. 그 후로 기력은 아무리 기다려도 복구되지 않았다. 먹어도, 채워도, 나라는 연료통을 가득 채울 수 없는 기분. 나이 탓이 싫다면 차라리 뛰라는 제안을 받았다. 어우. 파란 신호등 앞두고 빠른 걸음조차 거절하며 살아왔지만, 쇠약해지는 나의 몸뚱이가 조금 안쓰러웠다. 시작은 걷뛰에서 타협하고, 그렇게 6개월을 보냈다. 그러던 어느 봄 햇살, 새싹, 따뜻한 바람에 마음이 설레어 슬슬 5k를 뛰었다. 그렇게 시작된 나의 조깅은 이제 7개월 차, 지난달은 19회/119.2k이다. 중간중간 아팠다. 무릎이, 발목이, 골반이 순서대로 견딜만한 통증을 뱉었고, 달래 가며 쉬고, 자세도 바꾸고, 또 배워가며 뛰었다.
처음 이 글을 시작할 때는 취미 부자인 지인이 부럽다는 내용을 쓸 생각이었다. 당사자가 일일이 다 말하지 않는 성격임을 감안해도 발레, 피아노, 수영, 러닝, 대학원, 글쓰기(전공), 야근 등, 벌써 일곱이다. 그리고 일단 시작하면 기본은 3년이다. 열정도 부럽고, 체력도 부럽고 등등을 쓰고 싶어서 시작한 글인데, 나의 조깅 역사 돌아보기를 가장한 자랑하기가 되고 있다. 이래서 각종 SNS에 여전히 달리기 인증이 계속되는 것이리라. 그 시간, 거리, 고통, 바람, 풍경, 명상 등을 오롯이 맨 몸으로 견디어 내는 일은 묘한 희열을 준다. 스스로가 엄청 대견해서, 어딘가에 말하지 않고 못 배기는 그런 기분이 드는 것이다. 성인이 된 이후에는 이런 충만감, 오롯이 나만을 위한 성취감을 느낄 기회가 (나의 경우)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몰랐던 재능, 특히 운동 관련하여, 같은 것이 내게 있을 리는 없기에, 제일 중요한 것은 다치지 않는 일이다. 한 달에 두세 번은 조금은 길게 고통을 이어가 본다. 이 달리기 코스가 끝나는 즈음에는 마음속 소용돌이도 손바닥보다 작아진다. 달리기 재능은 없어도 버티기 이력은 먹은 나이 정도는 된다는 것이 고마운 순간이다.
쓰기도 비슷한 순간이 올 것이라 믿는다. 달리기처럼 쓰기도 엉덩이 힘이 중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