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밖의 사용기
감독은 편견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캐릭터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진실과 거짓에 대한 편견도 포함되는 의미로 들린다. 나는 그 편견에 기댄 주인공들의 선택에 더욱 관심이 갔다.
삶에서는 당연히 선택이 아닌 순간은 없다. 나라는 인간의 본성에 꼭 맞는 선택에 선택이 이어지며 만들어지는 삶. 미리 계산을 했어도, 과거를 후회했어도, 나는 나의 본성을 벗어날 수는 없다. 지금의 나를, 나는 후회하고 있는가? 그날의 나는 어떻게 했어야 하나? 그날, 그 순간의 양상은 내 선택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거늘. 각기 다른 여러 개의 본성이 극렬하게 충돌하는 지점, 나의 선택은 무엇에 기대야 하는가.
복수? 선함? 살아남기? 혹시, 결국 그거냐고 지루해했는가? 당신은 다를 것 같은가? 보는 내내 나의 선택에 대한 질문을 받다가 가슴이 갑갑해질 때, 영화가 툭 꺼낸 한 마디.
머뭇거렸어야 했는데.
이것마저도 애초에 본성이 그래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잠시 멈춤' 정도는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직접 본 것조차 내가 정말 봤는지, 다 봤는지, 타인의 의도에 조종당한 건지 조차 구별할 수 없는, 이런 세상에서 '멈추기'는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되어줄 텐데.
주인공들 본성은 각자 달랐지만, 욕구는 같은 셈이다. 모두 원래대로 되돌리고 싶어 했으니까. 앞을 향해 살아내는 대신, 처음의 선택이 맞는 것이어야만 했다. 그렇게 만들기 위해 그들은 자꾸만 과거의 자리로, 과거의 선택으로 돌아갔다. 그것이 제자리(?)이며, 되돌릴 수 있다는 욕구에만 기대어,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았다.
오늘은 내 생활에 머뭇거림을 조금 섞어 봐야지. 저만치에서 성큼성큼 아닌 척 다가서는 돌려까기 인형을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한 발을 살짝 들어 뒤로 빼는 거다. 아주 자연스럽게 90도 회전을 만들어 그 인형이 지나가는 길을 터주는 거야. 비겁하다고? 아니지, 이건 내 방식대로의 머뭇거림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