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밖의 사용기
숏폼에 중독된 것이냐 묻는 다면 할 말이 없다. 처음 본 지는 4년 정도 된 것 같은데, 검색해 보니 이미 2016년 작품이다. 릴스, 쇼츠가 유행하기 전이므로 나의 뇌 때문은 일단 아닌 걸로 하자. 그걸 어제 다시 봤다. 간 밤 악몽 뒤에 답답한 마음을 달래려 해몽 검색을 하다가 문득 떠올랐다. 이렇게 다시 한번 보게 되었다.
감독이 자신과 친구의 우울증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고. 내 악몽은 잠에서 깨며 끝나지만, 주인공의 악몽은 잠에서 깨며 시작된다. 이 단편에는 대사가, 물론 있긴 있는데, 있다고 하기는 애매하다. 과장을 좀 섞자면, 시작부터 치솟은 내 BPM은 러닝 타임 9분 내내 엔딩 크레딧이 뜰 때까지 단 한 번도 내려가지 않았다.
무서움의 조건은 당연히 여러 종류겠으나, 고어물 보다 이런 영리한 작품이 주는 특별한 희열이 있다. 호러, 스릴러가 시각적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그래, 바로 이런 거지'를 외치게 만들었던 작품이다. 나도 이런 감정을 일으키는 글을 써보고 싶었다. 아주 담백하고 단순하지만 주인공을 이해하기에 아주 충분하고, 단편이지만 수년에 걸쳐 마음에 새겨지는, 그래서 타인을 조금 더 길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이야기.
단편 영화를 멀리 한 지도 좀 된 듯싶네. 숏폼 중독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