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나 사용기
반년만에 만난 지인의 첫인사다.
"어떻게 지냈어? 별일 없고?"
나의 대답이다.
"똑같지 뭐. 똑같아. 아주 놀랍도록 똑같아."
그는 몇 가지 변화가 있었고 지났고 진행 중이라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오고 갔다.
돌아오는 길에 내 생활이 일종의 정체인가?라는 자문을 하는데,
그러다 피식, 혼자 싱겁게 웃고 말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이기 위해 내가 얼마나 애를 쓰고 있는지.
그 말을 했어야 하는데 싶었다.
변수들을 받아내면서 동시에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고 싶다.
감당하느라 흔들려보니, 득 보단 실이 많더라는.
변화하여 앞으로 나아가지는 경우도 많겠고,
혹은 그렇게 놓치는 기회가 엄청날 지도 모르겠지만.
하지만, 알잖는가, 내일은 어차피 모르는 일 투성일 것이다.
예상 가능한 범위란 기껏해야 나라는 사람의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테니까.
모를 일은 당연히 모른다. 그러니, 아는 나부터 시작해야 한다.
내가 가장 잘 아는 나를 잘 보듬는 것이 먼저다.
그의 역동적인 변화만큼이나, 나의 치열한 제자리걸음은
그것 자체로 내가 나아가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