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포, 위로

쓰는 나 사용기

by 허허로이

업무 지구에서 15분 정도 차로 이동하면, 노포 뼈다귀해장국집이 있다. 얼마나 노포냐면, 초가지붕과 흙벽 인테리어(?)에 당연히 좌식이고, 바닥이 고르지 못해서, 어떤 자리는 몸이 옆으로 또는 뒤로 기운다. 메뉴는 당연히 뚝배기 아니면 전골 선택이고, 앉으려고 방석을 챙기다 보면 펄펄 끓는 뚝배기가 테이블에 놓인다. 아침식사가 5시부터이고, 영업은 메뉴 소진과 함께 끝나는데 보통 오후 3시를 넘기지 않는다. 주말? 나는 토요일 아침 8시에 뼈다귀해장국집에서 대기를 거는 경험을 여기서 처음 해봤다.


손님의 나이대는 다양하다. 공통점은 먹는 동안 말이 없다. 늘 붐비기 때문에, 혼자 먹든 여럿이 먹든, 아무도 누구를 상관하지 않는다. 한 번은 뚝배기를 먹으며 연신 땀을 닦아내는, 혼밥 하는 외국인 근로자를 봤다. 등에서 만족스러움이 뿜어져 나오는 데, 먹을 줄 아는 분이다. 그날 오전 내내 부슬비가 내렸기에.


맛은, 당연히 훌륭하다. 나를 뼈다귀해장국 예찬론자로 만든 곳이 여기다. 사장님은 끓이던 솥이 끝나가면, 냉면기에 뼈다귀를 한가득 쌓아 올려서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식사 중인 손님들에게 한 국자씩 덜어준다. 그냥 준다. 뼈 추가 주문한 적 없는 내게도 그냥 줬다. 나는 이 집 이야기를 30분 동안 혼자서 떠들 수 있다. 노포이기에, 오래 있었던 만큼, 드나드는 손님도 함께 한 사람들과의 추억이 가득가득하기 때문이겠지. 오래 함께한 노포는 위로를 준다.


회사에서 걷는 거리에 24시간 국밥집이 새로 생겼다. 국밥은 언제나 대환영이지. 신도시다 보니 노포 식당이 희귀하고, 빈 상가 건물들은 수두룩 하고, 어떤 자리는 해마다 매장이 바뀌는 등, 단골이 될 틈이 없다. 저 자리도 저녁에 들를 법한 주점 카테고리 매장이었는데, 그전에는 호프집이었나? 이번에는 돼지/순대 국밥, 순대 무한리필이라는 광고가 붙었다. 무한 리필이라니.


한 마음이 되어 걱정부터 나눴다.

'이 작은 동네에 무한 리필이라니?'

'24시간? 인건비 감당이 되나?'

'다른 지역에도 있던데, 프랜차이즈이면 뭐.'

'저 자리는 2년에 한 번씩 바뀌는 것 같아.'

'맛만 있다면...'


무한 리필이라는 파격적인 문구보다 우리는 '오래도록 변치 않는 익숙함'도 기대한다. 노포의 위로는 덤으로 얹어주는 고기 한 점이 아니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그 자리에 있어 줄 것이라는 안도감에서 오기도 하니까. 이번 국밥집만큼은 부디 2년의 유통기한을 넘길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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