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나 사용기
'라서 다행이다'는 나 자신에게 건네는 위로이다.
바닥에 닿을락 말락 하는 마음을 끌어올리는 힘이다.
'할 수 있어', '괜찮아' 보다 구체적 행위, 대상을 지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뭐를 할 수 있고 뭐가 괜찮은지 생각하는 일조차 부담이 되는 순간에는
그저 다행인 것들을 집어 든다.
엘리베이터에서 주 3회 만나는 4층 흰둥이 강아지에게 예쁘다며 인사해서 다행이고
(1년 넘게 꼭 말을 걸어보고 싶었던 강아지였거든)
출근길 정체 없이, 화 한번 안내서 다행이고
(해마다 하는 결심이고)
탕비실 커피머신이 오늘은 일찍부터 작동을 했고
(휴일 다음날은 늦거든)
얼굴도 안 보고 대충 목례만 하던 회사 사람과 눈인사를 주고받았고,
(처음엔 목례도 없었는데)
연휴 동안 온 메일이 한 개도 없어서 다행이고,
아침 시작이 이 정도면 남은 시간이 꽤 괜찮을 것 같은 기대도 들고.
마음이 텅 비어 가라앉는 날에는 이런 다행들을 채워 넣는다.
추가로, 장바구니까지 채우면 금요일 퇴근시 같은 마음이 들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