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나 사용기
그르르르르 그르르르르 그르르르르
대충 이렇게 들린다. 거실 공기청정기 소음. 팬데믹 훨씬 전에 구입했으니 대략 8년 차이고, 자신도 수명이 있음을 잊지 말라는 듯 요 근래 저렇게 티를 내는 중이다. 밤에 저소음 모드도 비슷한 소리를 내는 정도이니. 필터도 주기적으로 교체했고, 모터(?)로 추정되는 부분 먼지를 털어냈다. 검색가능한 여러 방법을 시도해 봤으나 성과는 없었다. 새 기계를 사야 하나 싶다가도 주저하는 마음에 포기하고 말았다. 그러기를 서너 번 하고 이제는 고민을 접기로 했다. 무엇보다 기능은 작동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므로 끝까지 써 볼 생각이다. 밤에는 꺼버리면 될 일이다.
내가, 사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변했나? 사는 행위 자체로는 여전히 도파민을 느끼지만, 요새는 사기도 전에 또는 살 것을 고민도 하기 전에, 기존의 물건을 버리는 일이 번거롭다는 생각에 자주 주저하는 중이다. 옷이든 물건이든 뭔가를 사면, 기존 동일한 범주의 물건을 그만큼 버리기를 실행하고부터 특히 이렇다. 짐을 늘리지 않겠다는 일종의 목표를 정했을 때는 보다 그 '미니멀리스트'한 생활을 상상했다. 잘, 많이 버림의 결과 집안의 공간을 비울 수 있으리란 망상을 했던 것이다. 그리고, 오늘까지의 중간 결과에 따르면, 덜 사기는 하는 것 같지만, 버리기도 별로 못하는 중이다. 그러니까 기대했던 속도가 아닌 것이지. 이래서야 언제쯤 '미니멀'한 공간을 가져볼 수 있겠는가.
하긴, 나는 냉동실부터 해결해야 한다.
비우는 게 번거로워 새 가전조차 마다하면서 냉동실 한 칸을 빵 칸으로 두고 있다. 정제 탄수화물 끊어내기가 카페인 끊기보다 어려울 것이라고는 역시, 상상도 못 했다. 거실에선 공기청정기가 여전히 '그르르르' 소리를 내고 있을 텐데 냉동실 문을 여는 순간 그 소음은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