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얼굴

쓰는 나 사용기

by 허허로이

거울 앞에 섰다.

아직은 온기가 없는 아침이다.

어쨌든 팔다리를 움직거려서 세면대 앞까지 왔다.

습관대로 세수를 하고, 양치질 등을 진행한다.

모두 거울이 필수인 과정이나 거울을 보진 않는다.

그러니까, 거울을 보긴 하겠지만 내가 거울에서 뭘 봤지?

하면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늘은 좀 보자.

뾰루지 보지 말고, 표정을 본다.

기분이 썩 좋아 보이지는 않는데, 뭐 꼭 그래 보여야 할 필요는 없어.

그러면 한번, 씨익 입꼬리를 한 껏 올려봤다.

저절로 눈매도 살짝 올라가는데, 좀 낫네.

아, 자신감이 갑자기 보이는데?

입꼬리 올린다고 없던 것이 생긴 것이 아닐 텐데.

갑자기 있어 보이네?

뭐, 없어 보이는 3초 전 얼굴보다는 이게 나은데.

이거라야 할 필요도, 저거라야 할 필요도 없지만

이거든 저거든 아니든, 선택은 해야 하니까.

오늘을 어떤 얼굴로 밖에 나설 것인가 말고,

지금 이 순간 거울 속의 저 얼굴을 보고 있는 내게

나는 어떤 얼굴을 보여줄 것인가.

나는 어떤 얼굴을 보고 싶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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