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나 사용기
쉽지는 않았어.
라고 할 만한 날이다. 그래도 이 정도면 일보 나아간 셈이지. 힘들었다. 어려웠다. 괴롭다. 이렇게 적지 않고, 쉽지는 않았어 정도로 독백할 수 있는 날이다. 닥친 일이 던지는 난이도 관점에서 해석할 사안은 아니긴 하지만. 그것으로 따지면 오히려 중간 정도이지.
어휘 선택을 바꿔보는 중이다. 덜 칙칙한, 명도 높은 단어를 고른다. 다만, 나 자신에게뿐 만 아니라 타인에게 혹은 주변 상황에 대해서도 공평하게 굴어야 한다. 내 운전은 베테랑이고 저 운전은 초짜라고 해선 안 되는 것이지. 내 고통에는 공감을 받아야 하고 남 고통에는 눈 돌리면 안 되는 것이고. 사실이고 아니고 대신, 자기 절제를 연습하는 거다. 순간마다의 감정을 시간을 들여 곰곰이 생각하고 고르고 골라서 선택한다.
무의미한 줄 알면서도 나는 내일, 내달, 내년에 겪을 일들을 미리 추측한다. 삶이 불안한 까닭은, 어차피 맞을 리 없는 예상을 반복하기 때문이고, 그렇다고 멈추면 망가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을 들었다. 일부 동의하는 바이나, 그럼에도 상상이든 추정이든 미리 해 두면 덜 아프지 않을까? 덜 어렵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불안에 기댄 또 다른 예측을 거듭하며 이전의 불안들을 가지치기해 본다. 물론 그렇게 까지 해도 남는 불안도 있다. 탁하고 거친 질감을 가졌는데, 기어코 남은 것들인 만큼 꽤나 튼튼하고 뿌리도 깊다.
내 마음 한 구석이 저 모양인 것을 이제는 그러려니 한다. 무척 미워했던 적이 있는데, 그런 미움으로는 없애지 못했다. 어떤 의지만으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닌가 보다. 대신 탈색이든 혹은 채색이든 일종의 덮어보기를 해 보는 중인데. 비겁한가? 나만 아는 비겁일 뿐이니 괜찮다고 다독인다. 쉽지는 않았다는 말에는 어찌 됐든 끝은 보았다는 의미가 들어 있다는 항변을 곁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