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는 나 사용기
한동안 꿈을 기록한 적이 있다. 이야기 소재거리 카테고리에 저장해 두고 가끔 훑어보는데, 쓸 만한 것이 없다. 그보다는, 쓸 만한 걸로 실제로 무언가를 만들어 본 적이 없다고 해야 정확한 해설이지.
그렇게 첫 장면만 그려둔 것이 3편이다.
그래도 지우지는 않는다.
사부작사부작 물건 버리기를 하는 와중에, 예전 써뒀던, 기억조차 없는 기록이 무슨 쓸모냐 싶다가도, 삭제할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궁금해졌다. 이건 무슨 마음일까? 모든 기록의 유지에 노력을 쏟는 것은 아니다. 나는 받은 메일함의 플러스 표시를 그냥 두는 법이 없고, 사진은 물론 휴대폰 문자는 1년 단위로 자동삭제 기능을 켜둔다. 휴대폰에 조차 기록을 쌓아두는 것보다 닥쳐서 필요한 기능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더욱 두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 글들을 지키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이곳에 머물기로 한 시간도 어느덧 절반을 넘기고 있다. 게다가 두 번째 시도이지 않은가. 달리기 할 때와 비슷하다. 2년 차임에도, 출발선에 서면 과연 다 뛸 수 있을까, 내 자신을 매번 의심한다. 그 의심이 꺾이는 순간은 바로 절반을 넘긴 지점이다. 선택지는 이미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돌아가려면 어차피 온 만큼 가야 한다. 달리던 속도를 포기하고 걸어가려면 두 배의 시간과 심적 좌절이 소모된다. '그럴 바엔' 상태에 이르다 보니, 그저 '포기만 말자'라는 심정으로 계속 뛰게 된다. 그렇게 완주한 코스는 자부심이 되기도 하고.
'포기만 말자' 대신 '조금만 더 잘해 보자'라는 마음을 글쓰기에 담고 싶다. '하던 대로' 말고 '조금만 다르게'를 넣어 봐야 겠다.
그래도 지난 뛰었던 기록이, 한 번도 중간에 선 적 없던 그 경험이 결승점까지의 연료가 되어 준다. 그 기록을 믿는다. 글쓰기에도 그 마음을 넣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