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지 척

쓰는 나 사용기

by 허허로이

굴다리 출구를 막 나서는 즈음에, 자기들 키보다 큰 자전거를 탄 아이들 셋과 마주했다. 먼저 도착한 둘은 자전거에 올라탄 채 입구에 멈췄다. 뒤를 보는데, 다른 자전거 한 대가 3미터 가량 떨어진 곳에서 멈춘다.


"야, 거긴 자전거 타면 안 돼, "

"아냐, 괜찮아, 그냥 빨리 가면 돼."

"안된다고. 다른데 가자."

"알았어. 아냐. 아냐. 내려서 끌고 가는 거는 돼."

"아, 그냥 말고, 그리로 가지 말자."


일종의 굴다리처럼 생겼기에, 대충 그렇게 부른다. 조명은 충분하고, 양 옆으로 보행자들을 위한 유리가림막도 꼼꼼하게 설치된 왕복 4차로 지하차도다. 보행로 길이는 300여 미터 정도이고 폭은 두 명이 걷기는 버겁다. 당연히 시작과 끝 지점에는 커다랗게, '자전거 탑승 금지' '내려서 끌고 가세요' 안내판이 커다랗게 붙어 있다. 10미터 간격으로 두 장씩. 그렇게까지 안내를 붙여 둔 의도에 감사하면서, 보행자로서 깊이 공감하며 그 길을 이용한다.


현실이 그 마음들 같을 수 없다.

몇 차례 경험을 적자면, 달리는 자전거와 킥보드를 성난 눈으로 째려보기라도 할라 치면, 그들은 배로 썽난 표정을 한 채 앞만 보며 쌩하니(진짜 소리가 난다. 공기 흐름 탓인가!) 스쳐간다. 바로 그 순간, 나는 매번 그들과 나 중에 누가 더 쫄(?) 된 것인가를 고민한다. 뒤통수에 대고 라도 한 마디를 했어야 하는데라는 후회는 반나절을 가고. 잘못은 저들이 하는데, 불편은 나만 겪는 대부분의 일이 그렇듯.


아무도 마주치지 않는 경우가 드물게 있기는 하다. 다소 집착처럼 보이는 것 같아서 이런 경험을 주변과 나누지는 않았는데, 오늘 저 빛 같은 아이를 만난 것이다. 어찌나 기특한지. 내가 쫄(?)은 쉽게 했을 망정, 한 마디는 꼭 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계속 걸었다. 그리고 그 녀석과 스치는 순간, 나는 손을 치켜들며, 엄지 척을 했다.


"아주 훌륭하다. 맞아. 저기는 자전거 타고 가면 안 돼. 잘 생각했어!"


이렇게나 시시껄렁한 말 밖에 못했다. 심지어 목소리도 작았던 것 같다. 좀 더 근사한 말을 했어야 하는데! 처음 겪은, 상상조차 못 했던 생소한 경험이었다는 핑계를 속으로 되뇌었다. 그렇게 스쳐 지나가는데, 녀셕, 처음에는 에? 하며 당황하더니 이내, 친구들을 향해 소리를 높였다.


"거봐, 자전거 타면 안된다고!"


골목으로 돌아설 때까지 녀석의 뒷모습을 흘끔흘끔 두어 번을 훔쳐보았다. 앞서 간 친구들 두 명은 이내 보이지 않았고, 녀석은 계속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조금 씁쓸한 마음이 들었지만, 내 말이 작은 격려가 되었기를 반나절 내내 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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