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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허로이 Mar 04. 2024

나인: 아홉 번의 시간여행

드라마 사용기

2013년 tvN 드라마 나인. 타임리프 장르. 방송국 간판 뉴스 앵커인 주인공이 퇴사를 앞두고 있다. 십여 년 이상 그를 누구보다 응원하고 지지해 왔던 보도국 국장이 주인공을 만류하며 하는 말이다.


"딴 사람도 아니고, 네가 어떻게!

지금부터가 니 인생에 얼마나 중요한 시기인데, 이 바보 같은 자식아!

내가 여기까지 널 어떻게 키웠는데, 이런 일로!

니 인생이니까 뭘 하든 네 맘이겠지만!

내 인생에도. 네가 들어 있어. 인마.

십 년 세월을 내가. 이렇게 실망을 주냐, 네가!"


네 인생이지만, 내 인생에도 네가 들어 있다.

그걸 미처 생각지 못했다. 그저 아득바득 혼자만 살아내기 위해 그렇게 잘난 척을 하다가도.

어차피 너는 너고 나는 나고, 스스로를 지키려는 건지 고립시키려는 건지 알 수 없게 된 방패를 앞세운 채,

뭐든 갚아주고 말겠다는 다짐을 칼처럼 벼리며 살다가도. 부인할 수 없는 순간이 온다.

결국은 누군가의 가족이거나 지인이거나 하다 못해 이웃 사람 중 하나일 수밖에 없는 우리이므로,

사실은 서로의 삶에 지분을 가질 수밖에 없음을. 알게 모르게 의지를 하기도 의지를 받아 내기도 한다는 것을. 그러니 나 아닌 이에게 좀 더 다정한 나를 그려볼 시간이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9층에 사는 중2 재현이에게, 출근길에 만난 버스기사님에게, 하필이면 8시 58분에 회사 로비에서 만난 김실장님에게. 그래도 인사 한 마디와 미소를 건네 본다. 우리는 아주 조금씩 서로의 삶을 버텨주고 있다.


조금 더 많은 우리가 있다면, 버텨주는 서로의 삶의 지분이, 조금 더 많아진 우리 만큼 커질 수 있지 않을까.

나는 어쩌면 아는 사람만이 아니라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버팀을 받고, 버팀을 해주고 있는 것이리라.

세상 모두가 그걸 눈으로 보고 귀로 들을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 더 서로를, 또는 스스로를 덜 해치게 되지 않을까. 외로움을 혼자 감내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지금 혼자인 모두에게.

그 어떤 순간이라도, 혼자라고 생각지 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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