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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허로이 Jan 23. 2024

'퓨처셀프, ' 내일에 담은 나

책 사용기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이 돌풍을 일으켰을 때, 어느 유튜버가 우승 상금 5억 원을 걸고 현실판 '오징어게임'을 재현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2억 명이 훌쩍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대형 유튜버의 당연한(?) 시도였고, 해당 영상 조회수는 오늘 날짜를 기준으로 5.6억을 넘는다.


이 책은 유투버 MrBeast의 첫 영상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억 단위 평균 조회수를 가진 '성공한 자'의 어려웠던 지난 시절 이야기는 이 책의 원제인 'Be Your Future Self Now'와 쌍둥이처럼 짝을 이룬다. 이때 느낀 첫인상만으로 책의 전반부를 쉬지 않고 털어낼 수 있었다. 자신의 경험을 직관적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읽는 내내 가슴 한 끝에서 어른거리던 'one in a million'에 대한 반발심이 더 커지지는 않았다. 저자는 필요한 방법들은 순차적으로, 논리적으로, 근거와 이유를 들어 자세하게 설명한다. 책을 다 읽었다면, 목차만 따로 발췌해서 아침마다 다짐하는 것도 해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12월만 되면 자기 계발서와 각종 다이어리에 몰두하는 사람이다. 물론 잘 알고 있다. 스스로의 삶을 돌아보기 위해 열두 달, 아니 열한 달이 필요하진 않으며, 미래를 계획하기 위해 형형색색의 다이어리가 필수는 아님을. '성공보다 실패가 많은' 지난 경험을 바탕으로 짐작건대, 아마 올해도 그럴 것이다. 법륜스님의 쇼츠 영상 중에 이런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습관이란 이미 굳어진 행동을 뜻하는데, 상황마다 습관이 된 행동을 하다 보면 결국에는 대개 비슷한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이럴 때 우리는 '아, 이게 내 운명이구나'라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같은 행동이라 하더라도 결과가 매번 동일하진 않겠지만, 확률적으로 유사한 결과를 얻게 됨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그러니, 다른 ‘운명’을 원한다면, 본인에게 '습관'으로 굳어진 행동을 바꾸는 일부터 시작해 보라는 조언이었다.


이 책은 당면한 문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결정을 내리는 대신, 미래에 내가 이루고픈 모습을 상정해 놓고 그 미래의 나라면 내릴 법한 결정에 더 많은 무게를 둘 것을 제안한다.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말을 듣자마자 코끼리만 떠올리게 되듯이, 과거 겪었던 시행착오를 현재의 결정을 위한 기준으로 삼게 되면 '이렇게 되면 어떡하지?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의 부정어만 끌어당겨오게 된다는 의미겠다. 과거의 경험을 'reframe' 하는 노력은, 굳어진 나쁜 습관을 바꾸는 노력으로 볼 수 있을 테지. 그래서 일단 나는 온라인몰 장바구니에 넣어둔 신년 다이어리를 모두 삭제했다. 그리고 1월도 채우지 못한 작년 다이어리를 꺼냈다. 매달 날짜를 새로 적어 넣으면서 자기반성도 하고 동기부여도 얻을 수 있으리라. 작년 이 날에는 여기 페이지 채우기에 실패했지만, 올 해의 나는 성공하는 것이다. 오늘 얻은 뿌듯함이 내일 또 해낼 수 있는 동력이 되어 줄 것이다! 그 일을 해낸 미래의 나, 퓨처 셀프! 정말 멋지지 아니한가?


아, 잠시만. 내일에 담은 ’나‘에 대한 상세한 정의 만들기가 먼저겠다. 그렇다면, 종이 다이어리 대신 디지털로 해보는 건 어떨까? 효용성이 좋아 보이던데. 굿노트 앱에서 플래너를 살 수 있던데. 1월도 끝나가는데 할인을 할 수도 있지. 무료도 좋아 보이던데. 앱으로 다이어리 쓰기를 하면 나의 디지털 스킬도 늘려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디지털 스킬을 업그레이드 한 미래의 나, 퓨처 셀프! 정말 멋지지 아니한가! 그 퓨처 셀프가 되려면, 나는 지금 저 디지털 플래너를 사야 한다.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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