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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허로이 Jun 24. 2024

내 마음 크기에 관한 고찰.

나 사용기

Continued.


새 머그컵 크기는 355ml. 크기를 줄여서 카페인 양을 줄여보겠다는 나름의 의지였다. 큰 컵 두 잔에서 작은 컵 한잔이면, 굉장한 진전이다. 


고백하건대, 큰 컵을 사용해 온 마음 한 켠에는 음흉한 마음도 있다. 자주 가는 인연으로 우유든, 커피든 뭐든 양을 넉넉히 받아보고자 하는 불순함 의도 또는 이기심. 사실 종종 이런 '덤'을 받아 왔다. 물론 나의 거대한 머그컵을 채우기에는 덤은 어림도 없었기에, 컵의 1/2 정도 양일 것을 가끔 2/3만 받아도 혼자 흐뭇하곤 했다.


'어머, 왜 컵이 작아졌어요?' 사장님의 인사였다. 

그냥 머쓱한 웃음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딱히 할 대답도 궁색해서, 카페 사장님에게 이제 커피 덜 마시려고요,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게 새 컵에 라떼를 받아 들었다. 그런데, 우와, 컵 끝에 찰랑거리는 우유 거품! 그리고 그 위에 띄운 작은 하트! 


작은 컵으로 바꾸고 가득 받은 커피에 이렇게 마음이 설렐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 했는데. 꾸벅 인사하고 자리로 돌아오다 말고 우두커니 복도에 서서 요리 저리, 컵을, 그 안의 찰랑이는 거품을 바라보았다. 예전에 큰 컵에 절반을 받아 들고 했던 생각, 그 기억 위에 오늘 작은 컵에 찰랑이게 받고 든 마음이 겹쳐진다. 


종량제 봉투 크기를 늘렸고, 머그컵 크기는 줄였다. 내게서 떠나보낼 것들에게는 마음 크기를 늘리고, 내게 채울 것들에는 마음 크기를 줄여도 좋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내 행복은 그 둘 사이 어딘쯤엔가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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