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속 풍경이 누군가의 삶이라면

홀슈타트에서의 하룻밤

by Quiet Miles
관광엽서에서 막 튀어나온 것 같은 마을, 홀슈타트.
너무 익숙해서 오히려 낯설기도 한 곳.


홀슈타트는 잘츠부르크에서 차로 한 시간 반쯤 거리인데, 비가 많이 와서 두 시간쯤 걸린 것 같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샤프베르크 산을 오르는 빨간 산악열차, SchafbergBahn을 타고 올라 호수와 알프스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전망을 보고 홀슈타트로 들어가 1박을 하는 일정이었다.


그리고 날씨가 허락한다면 떠나는 날은 5 Fingers 전망대에 들른 뒤 멜크 수도원에 들렀다가 비엔나 입성하는 루트를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가 1박으로 일정을 잡았던 그날은 가는 날이 장날이 되어, 비가 내리고 산에는 안개가 자욱했다.

전망은 아예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었고, 앞뒤로 계획해 보았던 산행과 전망대 일정은 아쉽지만 모두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홀슈타트는 당일치기보다는 1박을 추천한다는 말을 여러 번 들었고, 직접 다녀온 지금, 나 역시 누군가에게 같은 조언을 하게 될 것 같다.



마을 안으로는 차가 거의 들어갈 수 없어 외곽 공용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호텔 픽업 버스를 이용했다.

사람 하나 겨우 지나갈 법한 좁은 골목으로 승합차가 조심스럽게 이동하는 동안 기사님은 어색한 영어로 말했다.


"지금이 비수기라 그나마 괜찮지,
여름엔 사람이 너무 많아서 통과하기도 힘들어요."


이 많은 관광객을 감당하기엔, 이 마을은 너무 작다시며.


홀슈타트는

너무, 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이 아름다움이 온전히 빛을 발하려면

호수가 보여주는 풍경만큼이나 조용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관체 관광버스를 타고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들로 작고 조용한 이 마을은 마치 매일 점령이라도 당하는 것처럼 좁은 골목마다 사람들로 가득했고, 그 풍경과 어울리지 않는 소란이 함께 흘렀다.


우리가 도착한 뒤 당일치기 관광객들이 모두 떠나기 전까지는 사실 마을을 제대로 느낄 수조차 없었다.

너무 혼잡하고, 단체 관광객들과 그들의 동선을 피해 갈 방법이 없었다.

소금광산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여전히 살아가는 이 작은 마을에서 매일 반복되는 소음과 북적임을 주민들은 어떻게 견뎌내고 있을까, 괜히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홀슈타트라는 이름은

소금(Hall)과 장소(Statt)에서 비롯되었다 한다.

기원전 수천 년 전부터 사람들은 이곳에서 소금을 캐며 살아왔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소금 채굴 지역 중 하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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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lt Mine Tour

기대하지 않았던 소금광산 투어는 생각보다 훨씬 유익하고 재밌어서

이곳의 역사를 훌륭한 스토리텔링으로,

관광으로 풀어낸 것이 참 부럽기도 했다.


홀슈타트의 하이라이트

사람들이 떠난 뒤, 비로소 고요와 함께 찾아온 마을의 저녁시간.

그리고 당일 관광객이 도착하기 전, 고요가 아직 남아 있던 이른 아침의 산책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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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와 비구름이 끼어 있었지만 그 나름의 운치가 있어 더 좋았다.

골목을 어슬렁거리던 마을 고양이들도

소금광산으로 올라가며 걷던 하이킹 길도 그 운치를 더 했다.


나 역시 관광객 중 한 사람이었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사람들의 등쌀에 시달리는 것 같아 조금은 슬펐다.


가보고 싶고, 너무 아름다운데
괜히 꽁꽁 숨겨두고 싶어지는 그런 마음이 드는 마을.

홀슈타트는,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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