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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랬다.
오스트리아는 음식이 맛이 없다고.
간도 안 맞고, 먹을 것도 많지 않다며.
이번 여행이 식도락이 목적은 아니었지만
어디를 가든 로컬 음식을 먹어보는 건 여행의 작은 즐거움이다.
이미 내가 너무 아메리칸 입맛이 된 걸까 싶기도 하지만 (기대 수준이 낮다는 뜻)
그래도 집에서 요리를 꽤 하는 편이고
웬만큼 맛있다는 음식들은 먹어본 편이라
나름 객관적인 기준은 있다고 생각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다양성은 조금 아쉽긴 했지만 음식 때문에 여행이 힘들지는 않았다.
오히려 뜻밖에 좋았던 건 호텔 조식이었다.
미국에서 점점 낮아진 서비스 기준에 익숙해져 있다가 (특히 팬데믹 이후에는 서비스가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오스트리아에서 "아, 서비스 (Hospitality)가 이런 거였지"를 다시 느꼈다.
신선한 재료, 정갈한 셋팅, 충분한 선택과 다양성.
많은 경우 숙박비에 조식이 포함되어 있었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그렇게 인상 깊었다며 사진 한 장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원래 식사 시간에 휴대폰을 꺼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 데다
유투버가 되겠다고 떠난 여행은 아니니까.
그래도 기억나는 음식들을, 사진이 존재하는 것에 감사해하며 정리해 본다.
스키점프를 보러 가기 전 들렀던 카페, Karaffu Coffee Culture.
피스타치오 케이크는 고소하고 많이 달지 않았다.
라테 아트도 정성스러웠다. 여행지에서 이런 작은 카페를 발견하는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
Schloss Ambras Innsbruck, 성 안 중정 카페에서 먹은 점심.
오스트리아식 덤플링과 굴라쉬, 그리고 국민 음료라고 추천받은 Almdudler.
공간이 너무 스페셜해서, 음식보다 경험이 더 기억에 남는다.
오스트리아에 살았던 후배가 꼭 먹어보라 해서 트라이한, 오스트리아식 애플파이 Apfelstrudel.
미국식 애플파이와는 전혀 다르다. 미국 파이는 두툼한 크러스트, 버터 향이 진하고 속은 달고 묵직한 느낌.
반면 아펠슈트루델은 반죽이 종이처럼 얇았고 사과와 건포도, 계피향이 스며들어 있고 헤비 하지 않았다.
겹겹이 얇은 페이스트리가 감싸는 구조.
나중에 찾아보니, 아펠슈트루델은 합스부르크 제국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오스만 제국의 바클라바 같은 얇은 페이스트리 문화가 중앙유럽으로 전해지면서 변형된 것이 슈트루델이라고 한다. 묵직한 디저트라기보다 오후에 커피나 티타임에 어울릴 법한 간식이었다. Cafe Central
여행지에서 꼭 하는 것 하나. 로컬 맥주는 가능한 한 다 마셔보기.
오스트리아 맥주인 줄도 몰랐는데, 인스브루크에서 마시다가 친구한테 사진을 보내니
미국에서도 가끔 사 먹는다고. 깔끔하고 군더더기 없는 맛. 현지에서 마시니 더 좋았다.
잘츠부르크의 자부심 같은 맥주. 오스트리아에서 맥주를 시키면서 신기했던 건, 주문을 하면 그 브랜드가 새겨진 전용 잔에 가져다준다는 것. 이런 디테일에서 맥주 부심이 느껴졌다.
홀슈타트에서 먹어봤다. 실패 없는 선택이라고 추천을 받았다. 동감.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 하면 Wiener Schnitzel.
돈가스랑 비슷한 것 같지만, 굉장히 얇게 두드린 고기를 고운 빵가루에 입혀 바삭하게 튀긴다는 점이 다르다. 레몬을 살짝 짜 먹거나, 베리류의 곁들여져 나온 쨈 같은 소스에 같이 곁들여 먹는다.
그래도 전통음식이니 몇 번은 먹었던 것 같다.
Hallstatt에서는 통째로 나오는 송어요리를 먹어 봐야 한다는 걸 여행책에서 읽었던 기억이 나서.
비가 오는 날씨 때문에 묵은 호텔 식당에서 요리를 먹었는데,
메뉴에 송어가 있어서 주문해 봤다. 신선하고 담백했다.
오랜만에 좀 깔끔하게 식사한 기분?
제일 잘 먹었어야 할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가장 큰 도시인 비엔나에서는
줄을 많이 서야 했다거나, 막상 뭔가 딱히 간이 안 맞았다거나,
메뉴 선정을 못했거나, 여러 가지 이유로 음식에 대한 만족도가 낮았던 도시다.
호텔 직원 추천으로 간 오스트리아 전통 음식점은 분위기도 좋고 사람도 많았다.
슈니첼을 또 먹고 싶지는 않아서 추천 메뉴를 주문했는데, 뭔가 비주얼적으로 한 번도 보지 못한 요리가 나왔다. 선지 튀김인지 순대 볶음 같은 맛이었다. 흥미로운 경험이었지만, 좀처럼 음식을 남기지 않는 나도 다 먹을 수는 없었던 음식.
그리고 비엔나에서 꼭 먹어봐야 한다는 바베큐 립을 먹으러가서 줄을 너무 오래 섰던 탓인지 그닥 맛있었는지도 모르겠고.
나는 어느 도시든 재래시장 가는 걸 좋아한다. 비엔나에서는 여러 일정 때문에 Naschmarkt에도 일정의 마지막날 찾아갔고, 다른 동네에서는 문 닫는 날인 경우들도 좀 있었다.
내가 여행한 시기는 5월 초. 딸기가 제철이었나 보다.
인스브루크, 잘츠부르크, 비엔나 모두 지나가다 보면 딸기 스탠드가 있어서 보일 때마다 사 먹어 봤다.
나중엔 너무 맛있어서 오스트리아의 어디서 가져오냐고 물었더니,
아주머니 왈, 독일산이라고.
국경은 가깝고 맛있는 건 공유되는 모양.
하긴 나도 미국에서 젤 맛있는 그린포도는 감히 페루산이라 생각하니까.
비엔나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한 지인의 일등 추천 메뉴는 Sachertorte.
진하고 단단한 초콜릿 케이크다. 난 원래 단 걸 찾아다니며 먹지는 않지만, 이 또한 한 번쯤은 경험으로 좋았다. 특히 전통 카페에서라면. 가기 전에 뮤지엄 카페에 예약을 걸어두고 갔는데, 굳이 그렇게 까지는 안 해도 되었을 것 같다.
돌이켜보니 "가서 이거 다시 먹어 보고 싶다"는 음식은 없다. 이건 그냥 내 성향이 그렇다.
새로운 건 궁금하고, 먹어보면 그걸로 끝.
하지만 신선했던 호텔 조식,
독일 맥주와 견주어 자부심이 느껴지던 맥주,
섬세했던 아펠슈트르델,
딸기의 새콤달콤함.
곳곳에서 먹었던 피자도 맛있었고, 충분히 괜찮았다.
하지만, 비엔나에서 헝가리 부다페스트로 넘어가 먹은 음식들에 대한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고, 그래서 부다페스트에서 먹은 음식은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