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르도바 (Cordoba)의 메즈키타
스페인에 다녀왔다고 하면 흔히 받는 질문이 있다.
어느 도시가 가장 인상 깊었냐는 것. 같이 여행한 친구들도 저마다 다른 곳을 꼽는 걸 보면,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 나에게는 그곳이 코르도바 (Córdoba)였다.
여운이 유독 오래 남아, 누군가 스페인에 간다고 하면 가장 먼저 추천하게 되는 도시이기도 하다.
보통 일정이 빠듯한 여행자들은 바르셀로나와 마드리드, 그리고 그 주변 도시들만 둘러보고 코르도바는 스쳐가기 쉽다. 나 역시 그럴 뻔했다. 하지만 여행을 준비하며 스페인을 여러 번 다녀온 지인에게서 “메스키타 성당은 꼭 가서 봐야 한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너무 궁금해졌었다. 이슬람 양식인데, 직접 가서 보지 않고는 설명할 수 없는 곳이라는 말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같이 여행하던 친구들이 하룻밤을 그곳에서 보내야 하는 일정임에도 흔쾌히 동의해 주었다. 우리는 알람브라 궁전을 보고 나온 그라나다에서 마드리드로 돌아가는 길에 기차를 타고 코르도바에 들렀다.
코르도바는 마드리드나 그라나다, 세비야 보다 훨씬 조용한 도시였다.
메스키타 성당의 야간 투어를 신청해 두었기에, 우리는 서두르지 않고 올드타운을 천천히 걸으며 시간을 보냈다. 이른 저녁을 먹고 해가 질 무렵, 성당 주변을 돌아 로마 시대에 놓였다는 로마 다리를 건넜다. 강 너머에서 바라본 메스키타 성당에는 은은한 불빛이 하나둘 들어오기 시작했고, 분명 낮에 보았던 실루엣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었다. 도시가 품고 있는 시간이 더 깊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거리의 음악가들과 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북적임을 지나, 성당 입구를 찾느라 주변을 한 바퀴 더 걸었다. 밤의 메스키타를 만나기 전, 마치 심호흡을 한 번 하듯 맘을 가라앉히는 의식 같은 시간이었다.
야간 투어는 신청한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어 정해진 시간 외에는 관광객이 없었다. 무엇보다 ‘경험’ 자체를 중요하게 여기는 투어였기에 낮과 달리 성당 내부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다. 요즘 많은 여행지들이 관광객에 치어 그 공간이 가진 숨결을 느끼기 어려운 반면, 그날 밤의 메스키타는 잠시나마 나를 완전히 고요한 한 순간으로 데려다 놓는 듯한 압도감을 주었다.
투어는 성당 안으로 들어가기 전, 가이드의 설명과 짧은 영상을 통해 메스키타 역사와 건축에 대해 듣는 것으로 시작됐다.
메스키타라는 이름은 ‘성당이 된 모스크’라는 뜻이라고 한다. 8세기, 이베리아 반도를 지배하던 우마이야 왕조가 이슬람 사원을 세웠고, 이후 기독교 세력이 도시를 되찾으면서 그 사원의 중심부에 대성당을 덧붙였다. 하나의 건물 안에 서로 다른 신과 서로 다른 시대가 겹쳐 있는 공간이다.
가지고 간 스페인 여행책에서 메스키타 성당에 대한 일화를 읽은 적이 있다. 16세기, 내부에 가톨릭 대성당을 짓는 공사가 마무리된 뒤 이를 본 신성로마제국 황제 카를로스 5세가 이렇게 말했다고 전해진다. “당신들은 세상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을 짓기 위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아름다움을 파괴했다.”
야간 투어는 조명과 음악으로 공간을 ‘경험하는 방식’부터 달랐다. 우연히 가이드 바로 옆에 서 있었는데, 그녀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제 투어를 시작합니다”라는 말과 함께 성당 문을 열었다. 아무것도 보일 것 같지 않은 성당 내부에 은은한 조명이 켜지며 입구를 비추는 순간, 나뿐 아니라 함께한 여러 문화권의 사람들 모두가 작은 탄성을 내뱉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순간부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여행이 끝난 뒤 이 이야기를 다른 사람들에게 할 때도,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그 장면으로 돌아가면 어김없이 눈물이 난다.
공간과 조명, 길지 않지만 호흡이 긴 가이드의 설명, 이동할 때마다 하나씩 켜지는 조명 아래 드러나는 붉고 흰 줄무늬의 기둥과 아치들. 그 규모와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가이드는 내 모습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조용히 말했다.
“I know, I know.”
이 벅찬 감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듯.
시공을 넘어 덧붙여진 공간임에도 이슬람 양식의 기둥들은 한결같은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고, 그 안에 자리한 가톨릭 양식의 대성당 또한 묘하게 부자연스럽지 않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정말 인상 깊었던 순간은, 50여 명의 관광객 모두가 발걸음과 말을 멈췄던 시간이었다. 조명이 낮아지고 어떤 설명도 없는 채, 우리 모두 그 공간에 조용히 서 있었다. 발소리와 숨소리마저 조심스러웠던 그 순간들 속에서, 수백 년 동안 그곳에서 기도해 왔을 사람들의 흔적과 경건함을 아주 잠깐이나마 느낄 수 있었다.
투어를 마치고 나오며 다시 카를로스 5세의 일화가 떠올랐다.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을 파괴하고, 어디에나 있는 것을 지었다는 말.
한 문화가 가진 독보적인 아름다움이란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됐다.
지금도 그날 밤을 떠올리면, 그 건축과 역사를 온전히 이해하기에는 내가 아는 것이 너무 미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은 원래 돌아와서부터 시작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그날 밤 메스키타 성당의 문이 열리며 시작된 감동과, 투어 내내 아름다움에 압도되어 눈물을 멈출 수 없었던 순간은 오래도록 나를 그곳으로 다시 불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