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엔나는 음악이지

오페라하우스와 골든홀

by Quiet Miles

비엔나는 음악이다.


정말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아무것도 보지 않아도,

아무것도 먹어보지 않아도 괜찮았다.


비엔나 국립 오페라 극장 Wiener Staatsoper에서 오페라를 본다는 생각,

골든홀 Musikverein Golden Hall에서 클래식 공연을 듣는다는 생각만으로도

이미 마음은 충분히 들떠 있었다.


관광 일정은 공연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식사 시간도 공연 시간에 지장 없도록.

비엔나 여행의 중심은 분명 음악이었다.


사실 나에게 오페라는 입문 단계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 음악학을 전공한 후배에게 비엔나 일정을 공유하고 SOS를 쳤다.

그녀는 공연 일정과 함께, 입문자가 보기 좋은 작품을 몇 편 추천해 주었고 애매 방법까지 차근차근 알려주었다. 후배 덕분에 좋은 자리를 비싸지 않은 시기에 구매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나의 첫 오페라는 푸치니의 토스카.

드라마적인 전개, 귀에 익숙한 선율, 그리고 비교적 부담스럽지 않은 러닝타임까지.

입문작으로는 더없이 완벽했다.

공연장의 분위기,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들, 배우들의 밀도 높은 연기와 무대 연출.

이토록 높은 수준의 공연을 여행 중에 경험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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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골든홀에서의 클래식 공연.

피아노 협주곡이었는데, 연주자가 피아노를 치다 일어나 직접 지휘를 하기도 했다.

홀은 눈부시게 아름다웠다.

원형으로 둘러싼 구조 덕분에 사방이 한눈에 들어왔고,

공연 중에도 객석의 불이 완전히 꺼지지 않는 분위기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좋기도 했지만, 솔직히 음악에 대한 집중도는 떨어졌다.

맞은편에서 공연 내내 사진과 영상을 찍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고,

그런 장면과 웅성거림이 자꾸 집중을 방해했다.

요즘엔 관객의 공연매너까지도 공연 경험의 일부로 느껴져서 더 그런 것 같았다.


골든홀의 어쿠스틱과 공간의 아름다움은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

소리가 마치 스피커라도 달려 있는 것처럼 퍼져서 나에게로 전달되는데

담에 꼭 더 좋은 공연을 한 번쯤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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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행을 가볍게 하는 편이다.

운동화 하나 신고, 갈아입을 옷 몇 개만 챙겨서 캐리온 하나로 한 달도 사는 편이다.

비엔나에서는 오페라와 음악회를 위해 챙겨간 정장을 꺼내 입고,

좋은 공연을 보고,

좋은 음악을 듣고,

좋은 음악당을 경험하는 것.


그것이면 충분했다.


문득, 한 20년쯤 전이 떠올랐다.

강연을 많이 다니시던 정치학과 교수님 내외를 뵌 적이 있었다.

그분들이 오스트리아 음악 페스티벌 기간에 머물렀던 이야기를, 유난히 상기된 얼굴로 들려주셨다.


그때의 막연한 동경이,

언젠가는 나도, 비엔나에서 음악회를 보고 싶다던

이룰 수 없을 것 같던 꿈이,

그 오래된 버킷리스트가 이렇게 조용히 이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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