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스페셜 시리즈
스페인을 여행하면서
이상한 나의 취향 하나를 발견했다.
나는 멋있는 문만 보면
그 앞에서 멈춰 서는 사람이었다.
세비야에서도, 그라나다에서도, 코르도바에서도
나는 자꾸 문 앞에서 걸음을 늦췄다.
세월의 흔적이 남은 나무문.
굵은 철못이 박힌 묵직한 문.
생각보다 높고, 손잡이도 유난히 큰 문들.
그 문들 앞에 서 있으면 괜히 오래 바라보게 되었다.
함께 여행하던 친구들이 웃으며 말했다.
너 문에 꽂혔구나.
또 문 앞에 서 있네.
듣고 보니 정말 그랬다.
나는 원래도 나무로 만들어진 물건들을 보면
괜히 가슴이 두근거리는 편이다.
그런데 스페인의 오래된 도시에서 만난
집과 성당의 문들은
유난히 크고 단단해 보였다.
가까이서 보면
오래된 나무 위에 굵은 철 장식이 박혀 있고
정교한 무늬나 패턴이 조각되어 있기도 했다.
세비야에서 플라멩코 공연을 보러 가던 날,
단체 관광 가이드가
어떤 문 앞에서 설명하는 것을 잠깐 엿들을 기회가 있었다.
스페인에서는
귀족 가문의 집일수록 문이 크고 장식이 많다고 했다.
말과 마차가 바로 들어올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고,
그 문이
그 가문의 역사와 부를 보여주는
상징이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 나서 보니
왜 문들이 그렇게 인상적으로 내 눈에 들어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친구들이 놀리지 않았다면
나는 아마 더 많은 문의 사진을 찍었을 거다.
괜히 눈으로만 담아 두어야지 했던 것이
지나고 나니 못내 아쉽다.
나중에
오스트리아와 이탈리아를 여행하면서도
여러 문들을 다시 주의 깊게 보게 되었지만,
스페인 남부에서 만났던
그 묵직하고 화려한 문들은
다시 볼 수 없었다.
그래서인지 가끔 생각난다.
내가 잠깐 사랑에 빠졌던
스페인의 문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