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애하는 과장님께
당신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그 결심이 나를 더 지치게 한다는 것을 당신은 알까요. 차라리 당신이 지독한 악인이거나, 못생겼거나, 아주 불친절한 사람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나는 더 선명하게 분노하고, 더 쉽게 당신을 싫어할 수 있었을 겁니다. 당신의 그 착하고 순한 얼굴이 나를 더 아프게 합니다.
물론 나의 서툰 부분도 있겠지요. 당신은 그저 당신의 방식대로, 그 자리에 맞게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당신의 그 열정인지 권위인지 모를 것이 나에게는 지나치게 가혹하고, 당신이 내미는 손길은 때로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 내 가장 연약한 곳을 긋고 지나갑니다.
당신이라는 존재가 내 시야에 들어올 때마다, 내 안의 자존감은 숨을 죽이고 가장 어두운 구석으로 몸을 숨깁니다. 악의 없는 면박과 이유 있는 훈계는 나를 더 비참하게 만듭니다. 그러나 당신은 참 교묘한 방식으로 사람을 무너뜨리더군요. 집요하게 트집을 찾아내 내 발밑을 깎아내리고, 내가 충분히 작아져 고개를 들 수 없을 때쯤 당신은 기다렸다는 듯 칭찬이라는 이름의 다정한 온기를 내밀지요.
그건 나를 위한 격려가 아니라는 걸 압니다. 내가 당신의 비난에 상처받고 칭찬에 안도하는 그 순종적인 리듬을 당신은 즐기고 있는 것입니다. 내 자존감을 손아귀에 넣고 흔들며, 당신이 설계한 틀 안에 나를 가두려는 그 촌스러운 지배욕. 당신이 내미는 뒤늦은 칭찬은 위로가 아니라 모욕으로 다가옵니다. 나를 바닥으로 밀어 넣은 손이 다시 나를 끌어올려 주는 척할 때, 나는 당신의 다정함보다 가혹함이 차라리 더 솔직하다고 느낍니다.
반성문 혹은 사유서를 작성하던 내 손끝이 떨렸던 건 당신이 무서워서가 아니었습니다. 이 가혹한 상황을 묵묵히 견뎌내야 하는 나 자신에 대한 지독한 연민 때문이었지요. 당신이 나를 울리려 할 때, 내가 정말로 울고 싶었던 건 당신의 말이 무서워서도, 당신의 말이 위로가 되어서도 아니었습니다. 이 거대한 부적응과 숨 막히는 공기, 그리고 이 상황을 버텨내야 하는 나의 처지가 서글펐을 뿐입니다.
당신은 정말 좋은 사람일지도 모르지만, 나에게는 맞지 않는 무게의 덤벨을 든 것처럼 힘겹습니다. 늘 나를 옥죄고 상처 입히는 당신의 방식으로부터 나는 이제 멀어지려 합니다. 조만간 그곳을 떠나는 날, 나는 당신에게 말할 것입니다. 내가 떠나는 것에 당신이 나를 괴롭힌 것도 한 따까리 했다고. 당신의 방식은 내게 너무 가혹했고, 그것은 부당했다고.
당신은 내일도 나를 울리려 애쓰겠지만, 미안하게도 내 눈물은 이제 당신의 것이 아닙니다. 나는 더 이상 당신이 프로듀싱한 리듬에 맞춰 울먹거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앞으로 실수를 하더라도, 차라리 아주 당당하게, 뻔뻔하게 뭔가 보여드리겠습니다. 또다시 사유서를 쓰라면 눈물 대신 콧물로 마침표로 찍어줄 수도 있겠지요.
부디 당신의 선량한 얼굴이 당혹감으로 일그러지지 않기를. 나의 사직서가 당신의 책상에 놓이는 그날까지, 제게 작은 아량을 베풀어 주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