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1 첫 시험 전교5등을 했던 날, 엄마는 웃지 않았다

"겨우 5등?"

by 조용한 생존자

중학교 1학년 첫 시험이었다.


중학교 입학시험 때 이미 전교 2등을 했던 나는, 첫 내신시험이었던 만큼 긴장된 마음으로 매일매일 정성을 다해 공부했다. 당시 내가 다니던 학원에는 외고 1반, 2반, 3반이 있었는데, 레벨테스트를 통해 성적이 가장 높은 아이들이 1반에 배정되었다. 나는 외고 1반에 들어갔다. 그 반에는 주변 중학교에서 공부를 가장 잘한다는 아이들이 모여 있었다. 대부분 전교 10등 안에 들던 학생들이었고, 누구 하나 대충 공부하는 학생은 없었다. 서로 모르는 것을 물어보고 밥도 같이 먹으며 친하게 지내는 듯했지만, 그 사이에는 은근한 경쟁과 견제가 분명히 있었다. 그때 함께 공부하던 친구들 중 많은 이들이 외고나 자사고에 합격했고, 이후 명문대에 진학해 대기업에 들어가거나 전문직 시험에 합격하기도 했다. 그런 친구들 틈에서 공부하다 보니 시험을 잘 보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더 커졌다.


그래서 학교가 끝나면 집에 들르는 대신 곧장 학원으로 가곤 했다. 저녁은 학원 매점에서 파는 김밥이나 떡볶이로 대신했다. 한번은 학원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에서 혼자 컵라면을 먹고 있는데, 갓 초등학교를 졸업한 듯한 학생이 수첩을 보면서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게 안쓰럽게 보였는지 알바생 언니가

"이것만 먹고 바로 학원으로 가는거예요?"

라며 물어봤던 기억이 난다.


CD플레이어로 Stacie Orrico나 Britney Spears, Christina Aguilera, Usher, Boyz 2 men 등 좋아하는 팝가수들의 노래를 들으며, 무겁디무거운 책가방을 메고 학교에서 학원까지 20분 거리를 걸어서 가곤 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토요일에도 보강이 있든 없든 꼭 학원 독서실에 출석해 공부를 했다.

학교에서는 발표를 너무 많이 해서 친구들이 웃으며 "너 발표 좀 그만해."라고 하거나 "완전 점수에 목숨 걸었네."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렇게 공부한 결과는 전교 5등이었다.


꽤 잘 본 성적이라고 생각했다. 반에서는 1등을 했고, 당시 2등이었던 친구의 견제, 선생님의 칭찬과 축하 멘트, 그리고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았다.
나는 들뜬 마음으로 성적표를 들고 집에 돌아가 식탁에 앉아 계시던 엄마에게 말했다.

“엄마, 이번에 전교 5등 했어요.”

엄마는 무표정으로 나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겨우 5등 가지고 좋아하냐?”


그 말을 듣는 순간, 들떠 있던 마음이 갑자기 가라앉았다.

그 무렵 우리 집의 공기는 이미 많이 무거워져 있었다.

하지만 그때의 나는 그 이유를 제대로 이해할 만큼 어른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