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 마음을 소모하지 않고 일하는 사람으로 남는 법

by 조직을 읽는 여자


여러 번 그런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차라리 다 내려놓고 싶다.
아예 다른 길로 가고 싶다.
이 조직이 아니라면 좀 나을까.


그 마음은 아주 정상이다.
지치면 누구나 도망을 떠올린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마음도 있다.
그래도 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내가 해온 것들이 전부 무의미하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완전히 포기하고 싶지는 않다.


이 두 마음 사이에서 우리는 매일 출근한다.


일을 계속하고 싶다는 건 야망이 있다는 뜻만은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생계이고, 누군가에게는 쌓아온 전문성이고, 누군가에게는 아직 끝내지 못한 가능성이다.


특히 공공기관처럼 이동이 쉽지 않고 역할이 분명한 조직에서는 '그만두는 선택’보다
‘남아서 버티는 선택’이 더 현실적이다.

그래서 중요한 건 그만둘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남을 것인가다.
마음을 소모하지 않고 일하려면 무엇보다 나와 일 사이에 작은 거리감이 필요하다.


나는 이 일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일이 아니다.
이 문장을 수없이 되뇌어야 한다.


성과가 좋을 때도, 평가가 아쉬울 때도,
그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그리고 나만의 기준을 가져야 한다.


조직은 속도를 말하지만 나는 지속 가능성을 본다.
조직은 결과를 묻지만 나는 과정에서의 나를 챙긴다.


오늘도 무리해서 끝낼 것인지, 내일의 나를 남겨둘 것인지. 이 선택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 것.


경계를 세우는 것도 중요하다.
“이건 제 역할이 아닙니다.”
“이 일정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번엔 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해도 됩니다.”
이 말들은 관계를 망치는 문장이 아니라 나를 지키는 문장이다.


경계 없는 성실함은 결국 소진으로 이어진다.
무엇보다 감정을 방치하지 않아야 한다.
짜증, 무기력, 회피.

그 신호들을 '내가 약해졌나’로 해석하지 말고
‘지금 너무 오래 버텼구나’로 읽어야 한다.


쉬어야 할 타이밍을 놓치면 몸보다 마음이 먼저 무너진다.
우리는 흔히 일을 잘하는 사람이 되려고 애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일하면서 나를 잃지 않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조용히 해내는 사람, 책임을 떠안는 사람,
끝까지 버티는 사람일수록 이 문장이 더 필요하다.


그래도 나는 일을 계속하고 싶다.
다만 예전처럼 나를 갈아 넣으며 하지 않기로 한다.


인정에 매달리지 않기로, 평가에 나를 맡기지 않기로, 기대보다 내 상태를 먼저 보겠다고
조심스럽게 약속해본다.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흔들려도 다시 돌아오면 된다.
그게 오래 일하는 사람의 방식이다.



이번 연재의 마지막 이야기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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