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감 있는 사람이 조직에서 먼저 지치는 이유
어떤 조직에서나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비슷한 직급, 비슷한 업무, 비슷한 조건인데도
누군가는 결국 해내고, 누군가는 끝까지 미룬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이렇게 말한다.
“책임감은 구조의 문제야.”
업무 분장이 불공평하고, 시스템이 엉망이고, 보상이 없으니까
책임감 있는 사람만 손해를 본다고.
하지만 현장에서 오래 일하다 보면,
이 말이 절반만 맞다는 생각이 든다.
같은 구조 안에서도 어떤 사람은 일을 끌어안고,
어떤 사람은 자연스럽게 빠져나간다.
구조가 같다면, 차이를 만드는 것은 결국 사람의 성향이다.
나는 책임감이 성격에서 시작된다고 생각한다.
마감이 어긋나면 신경이 쓰이고,
내가 맡지 않은 일도 결국 눈에 밟히는 사람.
그건 교육의 결과이기도 하고, 타고난 기질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 먼저 지치는 이유는
책임감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 책임이 어디까지인지 정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조직은 종종 책임감을 ‘자원’처럼 사용한다.
누군가 해낼 걸 알기 때문에 맡기고,
말이 없으니 괜찮은 줄 알고 더 준다.
그 사이 책임감은 미덕이 아니라
조용히 소모되는 체력이 된다.
이때 책임감 있는 사람은 두 번 흔들린다.
한 번은 일 때문에,
한 번은 “왜 나만 이렇게 하는 걸까”라는 질문 때문에.
그래서 책임감의 문제는
개인과 구조 중 하나를 탓하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책임감은 개인의 성격에서 시작되지만,
구조는 그 책임감을 어떻게 쓰는지를 결정한다.
책임감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은
더 단단한 마음이 아니라,
스스로 책임의 범위를 정하는 기준이다.
어디까지가 내 일이고,
어디서부터는 내려놓아야 하는지.
그 기준이 없는 책임감은
언젠가 반드시 탈진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그때 조직은 말한다.
“그 사람은 번아웃이 왔대.”
나는 그 말을 이렇게 바꾸고 싶다.
그 사람은 지친 게 아니라,
너무 오래 혼자 책임지고 있었을 뿐이라고.
다음 글에서는 "조직 내 에이스의 함정"의
이야기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