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도 끝도 없는 여성 희화화…문제 있는 남자 호스트
Saturday Night Live(SNL)는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코미디 쇼 플랫폼이다.
배우, 가수 등 유명인이 매회 호스트로 출연하고 고정 출연자들과 함께 라이브 코미디 공연과 콩트를 선보인다.
현재 가장 핫한 드라마나 영화 내용이 패러디되고 인터넷 방송이나 게임과의 경계도 허물어지는 등 젊은 층을 겨냥한 새로운 재미를 추구한다.
여러 나라에 수출된 이 포맷은 한국에서도 코미디언 신동엽이 주축이 돼 올해 새 시즌을 선보였다.
공영방송 간판 코미디 프로였던 개그콘서트의 폐지 이후 시들했던 코미디판에 생기를 불어넣겠다는 포부와는 달리
포맷만 들여왔지 젠더감수성은 쏙 빼놓은, 몇 십년은 뒤진 한국판 그남들만의 코미디를 보여줬다.
새 시즌 2편 말미에 뉴스 형식으로 시사와 코미디를 섞는 코너에 새 기자 캐릭터가 등장했다.
젊은 여성기자가 진땀을 흘리며 말을 더듬는다.
“그러니까 아까 말씀?하신? 거는? ㅇㅇ 같구요~” 평서문인데도 중간중간 물음표가 섞인 듯한 억양, 자신감없는 태도, 성인임에도 유아같은 발성과 말투
젊은 여성들의 ‘퇴행어’를 흉내낸 것이다.
퇴행어가 실재하는 현상이고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는 차치하고
일단 다수의 여성들이 실제로 쓰고 있는 말투를 희화화하는 것은 코미디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는 비하에 불과하다.
여성을, 더 나아가서 여성 기자를 비하하는 행위를 당장 멈추고 사과해야 한다.
개그콘서트에서는 갑자기 관절을 꺾거나 몸을 흔드는 등 ‘틱 장애’를 연상케하는 캐릭터를 도입했다가 시청자의 뭇매를 맞고 사과한 적이 있다.
요즘 같은 시대에는 흑인이나 장애인, 그 외에도 특정 외국인의 발음이나 문화를 희화화해서는 안된다는 사회적 합의가 존재한다.
‘여성’은 아직 그 선 안에 들어가지 못한 모양이다.
젊은 여성들이 특정한 말투를 사용하는 것이 개인의 기호에 거슬릴 수는 있겠으나(이것 또한 발화자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압력이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그것이 누구에게 해가 되지 않는데 이를 희화화하는 것은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흉내내기 이외에 웃음 유발 요소가 아니다.
어떤 잘못된 행동을 풍자하거나 고발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해학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는 뜻이다.
SNL이 정말 현실풍자를 하고 싶다면
왜 모든 여성기자는 55사이즈 혹은 그 이하의 마른 몸매인지, 왜 이른바 사회적 미의 기준에 미달하는 추녀는 없는지, 그 흔한 안경쓴 기자조차 여자중에는 왜 드문지, 왜 모든 여성기자는 서울 말씨를 사용하는지
그 와중에 왜 일부 남성기자의 체형은 왜 이렇게 다양하며 기자생활 10년이 넘어도 사투리를 고집하는 뚝심있는 기자들은 왜 남성에만 나타나는지를 고증해보는 것이 더 큰 웃음을 끌어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을 모르는 것 같다. 그래서야 예능밥 먹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