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만다 녹스(Amanda Knox)’ 범죄사건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이더라도 이 미국 여대생의 이름은 어렴풋이 기억날터다.
2007년 이탈리아의 소도시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수년간 전세계를 떠들썩하게 했고 그 상흔은 아직도 남아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만다 녹스’는 스무살 미국인 아만다 녹스가 연루돼 살인 혐의에 대해 2번의 유죄 판결을 받았던 이야기를 다룬다.
아만다 녹스는 다소 괴짜스러운 성격의 금발 미국인 여대생으로 자아를 찾기 위해 이탈리아 페루자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참가하낟.
여기서 알게된 메러디스라는 영국인 유학생과 집을 함께 렌트한 아만다의 이탈리아 생활은 그해 할로윈을 기점으로 악몽이 된다.
어느날 메러디스가 반라의 시체로 발견된 것이다. 목을 깊게 베인채.
이 사건은 곧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를 전세계 미디어의 중심으로 만들었다.
피해자와 그 룸메이트가 매력적인 20대 여성이라는 점, 시체의 발견당시 사체가 언론의 호기심을 끌었다는 점,
아만다 녹스가 당시 사귄지 5일된 이탈리아 남자친구와 사건현장 조사 중에 집 앞에서 키스를 하는 등 부적절해보이는 행위를 했다는 점
아만다 녹스의 SNS 프로필사진이 때마침 모형 기관총을 들고 마구 웃고 있는 사진이었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됐다.
언론은 확인되지 않은 ‘썰’을 기사화하기 시작했다.
당시 특종 경쟁의 선두에 섰던 한 영국 기자는 다큐멘터리 제작진을 향해 말한다.
“어쩔 수 없었어요. 어떤 제보를 들었는데 더블체크하다보면 경쟁사에서 그 내용을 먼저 치겠죠. 선두를 뺏기는 거에요”
“당시 저는 매일매일 1면을 장식했어요. 최고였죠. 정말 잊지못할 순간이에요”
아만다 녹스는 이탈리아 문화에도 언어에도 서툰 상태에서
경찰의 강압에 못이겨 제3자를 거짓지목하기에 이른다. 이탈리아 경찰은 그의 머리를 때리면서 없는 사실을 기억해내라고 강요했다고 그는 술회했다.
격리된 상태에서 불안에 떨던 남자친구마저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자 아만다는 전세계에서 공인된 악녀가 되어버린다.
사건의 반전은 마을의 청년 루디 게네가 사건 직후 이탈리아를 떠났고 자신의 친구에게 ‘내가 살해된 여대생을 전날 만났다. 아만다 녹스는 그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한 시점부터다.
실제로 루디 게네의 DNA는 방안 곳곳에 남아있었고 이 곳에 아만다 녹스의 DNA는 없었다.
루디 게네의 주장은 메러디스와 로맨틱한 만남을 가지려다가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서 자신은 경황없이 자리를 떴다는 것인데
매러디스가 평소 남자를 집에 들인 적이 없다는 친구들의 증언과 루디 게네의 빈집털이 전과로 볼때
루디 게네를 향한 재판부의 심증은 굳어졌고 그는 16년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일단락된듯 보였다.
그러나 재판부 앞에 모인 군중은 화가 난채 아만다의 이름만을 불렀다.
언론에서 자극적으로 보도한 내용은 이렇다.
아만다는 못말리는 섹스광으로 남자친구와 루디 게네를 집으로 끌어들여 마약과 성관계 파티를 벌이려다가
이를 제지하던 메러디스를 남자들이 먼저 폭행하게 하고 자신이 칼을 들어 죽였다는 스토리다.
초동수사를 담당했던 경찰마저 자상을 볼때 범인은 힘이 굉장히 센 인물일것이라 추측했음에도 말이다.
이탈리아 경찰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사건을 빨리 성공적으로 끝내려는 조바심에 부실수사를 했음이 후에 밝혀지는데 DNA 표본을 한 실험실에서 동시에 조사하는 바람에 증거품간에 DNA 오염이 일어난 것이라고 아만다측은 주장한다.
비윤리적 수사는 또 있었다.
옥중에 있던 아만다는 혈액검사를 받았는데 이탈리아 경찰은 그에게 ‘HIV양성반응이 나왔으니 곧 에이즈가 발병할 것’이라고 말한다.
겁에 질린 아만다는 옥중 일기에 자신이 관계를 맺었던 남성들의 이름과 피임여부를 되짚어보며 죽고싶지 않다는 메시지를 남기는데
이 일기 내용이 유출돼 전세계에 대서특필된다.
스무살 여대생의 내밀한 사생활이 전시되면서 대중은 또한번 그를 재단하고 모함했다.
중요한건 이 HIV양성반응 소동이 그저 아만다를 떠보기 위한 이탈리아 경찰의 계략이었다는 거다.
아만다의 초기 진술은 이렇다.
아만다는 갓 사귄 남자친구 라파엘로에게 푹 빠져 사건 발생일에도 그의 집에 있었다.
다음날 집에 돌아와보니 집이 어지럽혀져 있고 핏자국이 있고 룸메이트의 방은 잠겨있다. 그래서 매러디스가 있는지 조차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그는 경찰을 부른다. 그렇게 매러디스의 시체가 발견된다.
이 사건의 참고인이었던 아만다는 그저 젊고, 예쁘고, 사생활이 문란할것같은 이미지라는 것 때문에 언론과 수사의 타깃이 됐다.
결국 대법원까지 치열한 4년간의 법적공방 끝에
아만다는 고향인 시애틀로 돌아왔지만
인생은 전과 같지 않다.
어딜가나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고
“제가 몇명과 잤는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죠”라고 그는 말한다.
아만다는 말한다.
사람들은 그런 악인의 이야기를 참 좋아한다고. 그 이야기를 듣고 옮기는 동안에는
내가 그것보다는 나은 사람인것 같이 느껴지니까.
사람들은 보고싶어하는 것만 본다.
프로파일링과 일치하는, 알리바이도 없는 남성이, 사건 직후 도피했다가 잡혀왔는데도
아만다가 섹스파티를 벌이려다가 거부한 친구를 죽였다는 이야기를 더 믿는것이다.
매러디스의 유족은 아만다가 죗값을 치러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하루에 100건이 넘는 여성 대상 폭력이 발생한다.
언론은 신이 나서 춤을 추는 모양새다
20대녀, 30대녀, ㅇㅇ녀 등 피해자가 얼마나 젊고 예뻤으며 혹은 문란했는지 어떻게 잔인하고 선정적으로 폭행당하다 죽었는지 어떤 모습으로 발견됐는지를 경쟁 보도한다.
죽어서까지 여성은 대상이 되어버린다. 독자가, 시청자가, 언론이 그러기를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