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도 여혐이고 남장도 여혐인 이유

여장이 재밌니?

by 기자A


SNL코리아가 최근 일부 여성들의 말투를 희화화한 것을 시작으로

여혐개그에 대한 논의가 불거지고 있다.


다수의 게으른 희극인들은 관성적으로 여장 개그를 선보인다.

천박한 졸부 사모님, 진상 고객, 노쳐녀 히스테리 등 스테레오 타입을 선보이면 관객이 웃어줄거라 착각한다.

그것도 질리면 난데없이 처녀귀신 머리같은 겨드랑이털이라도 보여주면 게임 끝이다.


무릇 여성이라면 그러면 안되는데, 라는 지점에서 터지는 웃음이다.






대학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달구곤 했던 여장대회도 같은 맥락이다.

누가 더 과장된 여성성을 연기하는가

망사 스타킹, 짧은 치마, 홀복을 연상시키는 착장을 하고 섹시댄스를 추거나 쩍벌자세를 취하는 등

여성이 하기에 부적절한 행동을 보여주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것.

이때 남성들은 익명성을 얻는다.

여장을 한 남성은 선이 고우면 고운대로 웃음을 끌어내고 우락부락하고 털이 많으면 많을수록 폭소를 끌어낸다.

이 사람들은 현실에서 자신의 외모와 사회적 여성성과의 관계 때문에 조롱거리로 전락하지 않는다.


남성들의 여장은 남성간의 연대를 끈끈하게 하는 의식으로 기능한다.

이 과정에서 여성성이라는 과장된 가면은 소품으로 사용된다.


한 댓글에서 ‘남성 개그맨은 끊임없이 여장을 하고 여성을 조롱하지만, 여성 개그맨은 반대로 남장을 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엄밀히 말하면 이 지적은 틀렸다.


박나래를 위시한 다수의 여성 코미디언이 수염자국을 그리고 남성으로 분해 기괴한 표정연기, 실재하는 남성 연예인 성대모사 등을 선보였다.

이때 중요한 것은 우리는 여장 개그를 선보였던 남자 연예인들을 캐릭터로 기억하지만

반대로, 여성 연예인이 남장을 했을때는 ‘박나래’가 ‘장도연’이 남장을 했다 라고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여성 연예인이 남장을 했다는 것, 혹은 남성으로 오해받아서 머쓱한 장면을 연출하는 것은

그 여성이 사회적 여성성을 결핍하고 있는 문제, 즉 충분히 여성답지 못해서 여성 취급을 받지 못하는 문제에 집중하고 있다.


여성 연예인이 진짜 ‘미러링’급의 남장을 한다면 그건 개그가 아니라 다큐가 된다.

갑자기 길가는 여자들한테 소리를 꽥 지르고, 몸매가 드러나는 여성이 지나갈때 목이 180도 뒤로 꺾어지는 귀신처럼 반응하고

길에서 아무렇지 않게 노상방뇨를 하고, 누가 자신을 무시하면 소리지르고 사람을 때리려 위협하고

메신저로 가출한 미성년자 여학생으로 보이는 인물에게 재워주겠다고 제안하고

그건 분명 개그 프로그램은 아닐거다.



일부남성의 모습이라고 분개하는 사람도 있을거다.

그렇다면 묻고싶다. 오늘 길에서 마주친 여자들 중 몇명이 ‘여장 콘테스트’에 나온 남자처럼 과장된 웨이브 긴머리에 홀복에 망사스타킹에 하이힐 차림으로 엉거주춤 걷고 있었는지. 어떤 여자가 입을 가리며 호호호 하고 간드러지게 웃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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