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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자A Oct 20. 2021

미스코리아는 임신하면 안 돼?

출산과 결혼의 경험이 있는 여성은 사회적 미를 잃는가


요즘 같은 세상에서 아이를 낳으면 애국이라고들 한다.특히 세 명 이상의 다둥이맘은 명실상부한 애국자인 셈이다.


기혼 여성은 물론 결혼하지 않은 상태인 여성에게도 마치 미래의 자녀를 맡겨놓은 듯이 구는 한국 사회에서 단 한곳. 출산이 공식적으로 금기인 곳이 있다.바로 한국을 대표하는 미의 사절을 뽑는 미스코리아 대회다.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하려면 나이제한, 고졸 이상이상의 학력제한등이 있다. 이에 더해서 눈에 띄는 조항은 다음과 같다.


결혼이나 출산의 경험이 없는 미혼여성이어야 한다.

즉, 혼인신고한 적이 없어야 하고

혼인여부와 관계없이 자녀를 출산한 적이 없어야 한다.


고졸의 학력을 갖추면 18세 미성년자도 출전이 가능하다.

주민등록상 주소지 외에 최종학력 소재지, 가족관계등록부상 등록기준지 등 여러 지역에서 예선 중복 출전도 가능

부모중 한 명이 외국인이어도 가능하고

본인이 한국 국적 소지자가 아니어도 대회 10일전까지만 국적을 취득하면 가능하다.


페미니스트라면 여성을 눈요깃감으로 삼는다는 측면에서 모든 종류의 미인대회를 성상품화라는 이유로 반대한다.

어차피 미스코리아 대회는 사양길을 걷고 있다.

이제는 지상파가 아닌 케이블에서 간신히 중계의 명맥을 잇고 있으며

미스코리아 진=최고대우의 신인 여배우 데뷔라는 공식도 깨진지 오래다.

그러나 여전히 미스코리아는 아나운서나 배우 활동을 위한 스펙의 하나로 기능하고

훌륭한 신붓감이라는 증표이기도 하다.


실제로 역대 미스코리아들의 모임 관련 인터뷰를 보면

본인들이 얼마나 헌신적인 엄마이자 부인인지를 설파하는 미담이 빠지지 않는다.


몇년 전까지만 해도 미스코리아 주최사인 한국일보의 지면 공고에 ‘미스코리아 대회에는 임신, 출산, 결혼 경험이 없는 여성’만 참가가 가능하다고 써있었다


2021년에는 ‘임신’은 슬쩍 명단에서 빠진 모양이다.

그렇다고 해서 임신한 미혼 여성, 공개적으로 임신 중절 사실을 밝힌 여성을 받아들여줄것같지는 않다.

서류상으로는 미혼이지만 사실혼관계에 있거나 공개적으로 동거 중인 여성도 마찬가지다.

‘미스’가 결혼하지 않은 상태를 나타내기 때문에 기혼자를 금지한다고 해서 이혼한 사람을 받아들여줄지도 미지수다.

일단 결혼의 ‘경험’이 없을 것을 못박아두었기에 이 부분 역시 이상하다.


혼란스럽다.

대한민국의 모든 미디어는 결혼과 출산을 세트로 묶어 무릇 여성이라면 실천해야할 아름다운 특권으로 포장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실제로 ‘미인’을 뽑는 대회에서는 결혼과 출산이 참가 거부 사유가 된다.


결혼식을 치르자마자 여성이 사회적 미의 어떤 기준을 상실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말이다.

출산이 여성의 신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과 경력단절을 미스코리아 대회에서만큼은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것인지도 묻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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