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몸매는 값싼 몸매다
탈코르셋 이후 다이어트에 관심이 없어서 몰랐는데 '바디 프로필' 촬영이 비연예인 사이에 꽤 흔한 일이 됐다고 한다.
뷰티업계와 피트니스업계는 여성을 타깃으로 다이어트, 마르고 풍만한 비현실적인 몸매라는 이미지를 강박적으로 판매한다.
많은 여성학자들이 지적하듯이 포르노업계에서 시작된 여성혐오적 코르셋들은 연예인을 거쳐 일반 여성에까지 마수를 뻗친다. 브라질리언 왁싱, 네일아트가 대표적이다.
주변에 바디프로필을 준비하느라 정혈(한국 페미니스트들이 만든 '생리'의 대체어. 금기시되는 것을 지칭하는 듯한 어감을 없애고 정액의 '정'자처럼 정결하다는 뜻을 담았다. 참고로 폐경은 완료했다는 뜻의 '완경'을 쓴다)이 끊길 정도로 식단 조절을 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건너 듣긴 했다. 또 다른 지인이 바디프로필을 찍는다는 얘기만 대충 들었는데 어느날 카카오톡 프로필에 속옷차림의 연예인 섹시 화보 같은 사진이 올라왔다.
바디프로필이라고 하면 피트니스모델들이 운동복을 입고 근육 라인을 강조해 찍은 운동 인증 사진을 생각했는데 인스타그램에 '바디프로필'을 검색하고 턱이 빠질뻔했다.
2000년대 흥했던 연예인 세미누드, 섹시화보의 도식을 답습한 맥심의 열화버전 같은 성적대상화 화보를 제 돈을 갖다줘가면서 찍는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친구에게 말했더니 '감성 바디프로필'도 대세라고 하는데 이건 더 악질이다. 단백질 인형처럼 마른 여성이 무기력한 자세로 무해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진의 연속이다.
미드 '섹스 앤더 시티'가 들여온 '쿨걸' 정신, 이른바 Girls can do anything의 정신은 여성으로 하여금 주체적으로 자신을 대상화하도록 하는 남성의 손안대고 코풀기 전략이다. 민주주의 국가라고 해도 스스로 노예가 되고 착취소굴로 들어가는 결정이 바람직한 건 아니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없는 한 친구는 내게 그렇게 말했다. "운동복을 입고 찍건 란제리를 입고 찍건 그 사람 마음"이라고. 맞는 말이다. 누구나 입고 싶은 옷을 입고 원하는대로 사진을 찍을 자유가 있다.
그런데 그 욕망은 정말 자신의 것인가. 우리가 '베이글녀', '착한 몸매' 등 모순적이고 극도로 성적 대상화된 몸매를 주입받지 않았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착한 OO'이라는 표현은 철저히 자본주의적 도식을 따른다. 가격이 합리적, 가성비가 좋다는 뜻으로 나온 제품군이 이런 이름을 썼다.
이 표현을 사람에게 쓴다는 것은 그 자체로 여성의 몸이 성적 대상, 하고 싶은(fuckable) 그러면서 저렴하기까지 한, (성)구매자를 배려한 제품이라는 인식에서 나왔다.
남자들은 얼마나 편할까 여성들이 앞다퉈 굶고 피트니스 센터에서 스쿼트를 조지고 깡마른 팔다리와 납작한 배에 풍만한 가슴과 잔뜩 솟은 둥근 엉덩이(절대 엉덩이 성난 근육을 강조하지 않는다. 안예쁘니까)를 치켜들고 자발적으로 사진을 올리며 "다이어트 해야할듯...운동좀해야지..."라고 앓는 소리를 할때(차라리 내 몸 너무 예쁘지 내 노력 너무 대단하지가 비교적 건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여성이 그러면 비호감이 된다)
"멋있으십니다. 몸매가 착하십니다" 라고 눈요기나 하면 되니까 말이다.
어떤 선택은 내가 속한 집단 전체의 인권 향상에 저해가된다.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는 그래서 위험하다.
화장과 네일스티커, 파츠를 붙이는 네일아트, 제모 등이 어느 연령대까지 내려갔는지도 생각해봐야한다. 초등학생 여아들도 다이어트 강박에 시달린다. 20대의 거식증 유병률, 저체중 비율은 세계적인 수준이다.
유독 여성의 몸에만 기능보다 심미적인 기준을 들이대고 온 사회가 과체중 여성을 들들볶아대는, 착한 몸매를 네돈내고 노력해서 만들어 인증해야 버킷리스트를 하나 정도 완성하는거라는 이런 분위기는 단단히 잘못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