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여성, 의외로 공포영화 제일 많이 본다
공포영화의 계절 여름이 돌아왔다.
극장가에는 '곡성'의 나홍진 감독이 제작해 화제가 된 '랑종'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이 영화를 관람한 많은 사람들이 작품 속 약자에 대한 폭력, 여성혐오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공포영화의 도식에 빠지지 않는 여성혐오, 의외로 공포영화의 가장 큰 관객 그룹인 여성들에 대한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여성들은 호러보다 로맨스를 좋아할거란 생각은 편견에 불과하다. 실제로 영화계, 그중에서도 호러영화의 주 관객층은 20대 여성이다. 이들의 특징은 유혈이 낭자하는 고어물보다 심리적으로 조여오는 으스스한 공포감을 즐긴다는 것이다.
'겟아웃', '애나벨:인형의 주인' 등의 영화가 20대 여성을 중심으로 인기를 끈 것도 이와 관련있다(https://www.mk.co.kr/news/culture/view/2017/09/596124/)
매일경제 기사에 따르면 '겟아웃'을 극장에서 관람한 롯데시네마 회원 24만 여명중 33% 가량인 8만여명이 20대 여성 관객으로 연령, 성별 관객 중 1위를 차지했다. 20대 남성 관객은 15%에 그쳤다.
귀신들린 인형이 전면에 등장하는 '애나벨:인형의 주인'도 마찬가지로 20대 여성 관객이 전체 관람객의 26% 가량을 차지했다.
문제는, 이처럼 여성들이 즐겨보는 공포영화에 여성혐오적 폭력장면이 빠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구매력이 곧 권력인 자본주의 사회에서조차 여성의 구매력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
'랑종'을 관람한 관객들은 영화 속에서 '빙의'라는 내러티브적 장치를 핑계삼아 잔혹한 폭력씬이 과도하게 나오지 않았는지 묻고 있다.
감독의 전작인 '셔터'에서도 여성이 당하는 집단 강간, 폭행이 수반된 강간, 근친 강간, 미성년자의 원치않는 임신 등이 문제가 된 바 있다.
랑종 제작진은 폭력적이고 선정적인 장면들을 오히려 셀링 포인트로 잡은 듯 하다.
나홍진 감독이 수위가 너무 세다며 감독을 말렸다더라는 식의 인터뷰로 현장의 웃음을 자아냈다는 기사가 대표적이다.
무엇이 여성혐오인지 헷갈릴 때는 성별을 바꾸어 생각해보면 쉽다.
몸매가 부각되는 옷을 입은 젊고 늘씬한 남자가 괴한이나 유령에 의해 성적으로 유린당하는 신이 대부분의 공포영화, 액션영화에서 양념처럼 등장하는 세계를 상상해보자.
성반전해놓으면 기괴하지만, 여성을 향한 폭력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워진 이 현상은 남성감독들의 빈곤한 상상력 탓이다. 여성의 삶을 납작하게 재단해 그들이 한을 품으려면, 그들 인생의 최대의 난관을 보여주려면 성폭행 장면을 넣는 식이다.
여기에 젊고 몸매가 부가된 여성배우를 기용함으로써 눈요기의 효과까지 주고 있으니 더욱 악질이다.
일본 성인 만화에서 속칭 '서비스컷'이라고 하는 장면들을 영화로 옮겨놓으면 정사씬 외에도 범죄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여성(아동 청소년 포함)으로 묘사된다.
남성 감독들은 게으른 연출에 비해 너무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다른 예술출판계와 마찬가지다.
사람들은 여성 작가나 여성 감독의 작품을 접하고 "여성의 시각이라서 보편적이지 않다" 따위의 말을 자주 한다. 이해하기 어렵다, 난해하다는 평도 빠지지 않는다.
대부분의 문화 콘텐츠가 남성 중심의 시각을 내재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 문제제기 해야할 때다.
인류의 절반인 여성을 살아있는 사람으로 대하고 그릴 능력이 없다면 본인의 업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해봐야할 때다.
인간의 내면과 폭력에 대해 제대로 다룰 수 있는건 여성감독이다. 이들은 이미 남성의 시각을 내재한 사회에 충분히 노출됐으며 여성 당사자로서 여성에 대한 사유도 가능하다. 또한, 이미 일반 감독=남성 감독이라는 도식이 공고하기 때문에 여성으로서 여성의 이야기에 치우친 작품을 내면 불균형하다는 지적을 받을 걸 너무 잘 알고있는 자기 검열 프로들이다.
올여름 공포영화로 스트레스 덜려다 더 쌓지말고 여성 감독들의 연출작을 찾아보는게 어떨까.
https://ko.ihorror.com/the-best-horror-films-directed-by-women-in-2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