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이 곧 내 순수한 가치라고 믿고 있었다

퇴사는 내 진짜 가치를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된 시작이었다

by 퇴사한노랭이

나는 월 400만 원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인가

월급이 곧 나의 순수한 가치라고 믿고 있었다.
그리고 회사 밖을 나온 순간
그 믿음이 가장 먼저 무너졌다.


퇴사를 결심하고 나서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되물었던 질문이었다.


아무리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 퇴사를 결심했지만서도 최소한 기존에 안정적으로 다니던 회사에서의 가치만큼은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금 등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2~3배는 더 벌어야 하는 게 아닐까...?)


기계적으로 회사를 출퇴근할 때만 하더라도 이런 질문은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 9시간의 근무, 정해진 날짜에 들어오는 월급, 그러다가 바쁠 때면 월급과 함께 조금 더 들어오는 야근수당, 가끔은 기분 좋게 들어오는 보너스까지. 정해진 시간 동안 사무실에 앉아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가치는 숫자로 환산되어졌다.


하지만 퇴사를 선택한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

더 이상 들어오지 않는 월급, 정해지지 않은 업무 공간, 기존에는 마음껏 사용할 수 있었던 개발 인프라까지도 이제는 직접 돈을 내야 하는 상황 속에서 오히려 내 시간에 대한 가치는 마이너스로 환산되고 있었다. 이제는 내 시간의 가치를 누군가가 대신 책정해주지 않는 상황, 그때부터 월 400만 원이라는 숫자는 단순히 목표가 아니라 내게 묻는 근본적인 질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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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급이 곧 순수한 나의 가치라는 착각


돌이켜보면, 아침 8시에 집을 나서 밤 10시에 돌아오는 일상 속에서 내가 쓴 시간들이 과연 모두 가치를 만들어냈는지는 잘 모르겠다.


대중교통을 타고 휴대폰을 보던 시간, 아침 커피를 사러 카페를 다녀오던 여유, 회의를 기다리며 흘려보낸 공백, 검토라는 단어 뒤에 숨어 미뤄진 의사결정 시간들, 리프레쉬라는 명목으로 업무 시간에 다녀온 산책과, 괜히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로 책상을 정리하는 등, 여러 작은 순간순간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받는 월급은 같았다.


그리고 회사 밖을 나온 지금에서야 회사는 내가 가치를 만들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강제성을 부여하기 위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정해진 시간에 출근해야 하고,

업무 중에는 연락이 닿아야 하며,

마감 기한 내에 주어진 일을 완수한다


내가 업무시간에 100% 집중하지 않고 있음에도 조직이 안정적으로 굴러갈 수 있도록 내게 월급을 주고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월급이 곧 나의 순수한 가치라고 착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는 어느 누구도 내가 규칙적인 일상을 보낼 수 있도록 비용을 지불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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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를 증명하지 못하면, 어느 누구도 내게 돈을 지불하지 않는다.


수입이 0원이 되자, 아주 단순한 현실이 드러났다.


아무리 오래 고민하고, 이상적인 로드맵을 세워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무언가를 만들어내지 못하면, 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하면 돈은 들어오지 않는다. 회사 안에서 '열심히 하고 있다'라는 착각과 자기 위로로 출퇴근을 버티는 방식으로는 더 이상 현실로부터 나를 지킬 수 없었다.


그렇게 '나는 월 400만 원의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인가?'라는 목표가 '400만 원이라는 가치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바뀌었다.



이제는 회사를 대신해서 내가 직접 강제성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온전한 자유가 그 사람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라고 했다던가?


일상에 대한 리듬과 책임을 유지하기 위해 이제는 내가 직접 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공유오피스 임차료를 지불하고, 바로 인근 헬스장을 등록한다. 그리고 회사를 다닐 때는 가짜 노동이라 생각했던 일일 업무 및 주간 업무 계획을 이제는 스스로 다시 만들어가고 있다.


오늘 꼭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진짜 필요한 고민인가?

지금 하는 일이 정말 가치로 이어질 수 있는가?


아무도 답을 주지 않는 상황 속에서 월 400만 원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해 모든 판단을 스스로 내리고 방향을 바로 잡기 위한 질문을 매일 같이 던진다. 그리고 이제는 모든 행동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홀로 짊어지기 위해 스스로에게 말한다.


오래 앉아있는게 아닌, 효율적으로 일해야 한다

쏟은 노력이 아닌, 결과물로 이야기해야 한다


퇴사는 내 초라한 가치를 본격적으로 마주하게 된 시작이었다.

그리고 오늘도 역시 다시금 내게 묻는다.


"나는 어떤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인가? 그것을 만들기 위해, 오늘 무엇을 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