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을 넘고서야, 그제야 내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그 정도면 할 만큼 했잖아, 굳이 더 해야 할까?
어디서부터 시작된 건지 기억나지 않는다.
무리하지 않아도 된다는 달콤한 위로가 담긴 출처 없는 문장들이 어느 순간부터 겹겹이 쌓여,
크지도 거슬리지도 않게 익숙한 백색소음이 되어 머릿속을 잔잔히 맴돌았다.
그 소음은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었다.
어디서 듣고 온 것인지,
어디서 적어온 것인지,
어디서 보고 온 것인지,
정체 모를 낯선 소음들이 익숙해질 무렵, 나는 그 소리를 배경 삼아 걸음의 속도를 늦췄다.
그렇게 내 발자국 앞에는 보이지 않던 선이 그어져 있었고,
성취감도, 패배감도 아닌 설명하기 어려운 찝찝함을 느낀 채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러다 아주 가끔, 정말 아주 가끔,
평소에는 배경으로만 남아있던 소음이 유난히 시끄럽게 느껴져, 도망치듯 결국 그 선을 넘게 되는 순간, 언제 그랬냐는 듯 머릿속을 채우고 있던 소음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진다.
그리고 고요 너머로 누군가가 조용히 내게 말을 건넨다.
봐, 할 수 있었잖아, 그저 네가 안 한 거였을 뿐이야.
그 순간 느껴지는 감정은 성취감이 아니었다.
지나간 시간에 대한 탓할 대상이 없는 원망과 선을 넘었다는 쾌감 그 사이 어딘가.
그렇게 고요한 머릿속에 울려 퍼지는, 낯설게만 느껴지는 내 목소리를 마주하지 못한 채 다소 상기된 표정을 숨기려 고개를 숙인 채 발걸음을 다시금 재촉한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또 다른 소음이 들려오는 공간을 향해 다시 걸어 들어간다.
고요 속에 미처 마주하지 못했던 내 목소리를 한번 더 기억한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