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생활 기피자의 밥벌이
현재 나는 공부를 가르치는 일과 글 쓰는 일로 먹고살고 있다. 그중 글 쓰는 일은 최근에 막 시작했다. 먹고살기 위해 쓰는 글이란 건 내 상상의 나래를 펼쳐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은 아니고, 남이 돈을 주고 그 대가로 요구하는 성격의 글을 써야 한다. 디자이너가 돈을 벌려면 자기 뜻과 안 맞는 그림을 울며 겨자 먹기로 그려야 하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도 글로 돈을 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엑셀 파일에 숫자를 집어넣고, 보고서를 만들고, 사장이나 부장을 만족시키기 위한 회의를 하고, 거래처에 메일을 보내거나 전화를 돌리고 그런 일은 정말이지 안 하고 싶다. 아무런 재미를 느낄 수 없을 뿐 아니라 몸과 마음이 썩는 기분마저 든다. 그렇다고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을 바보 취급하는 것은 아니고, 내가 유독 그런 데에 거부감이 심한 사람인 것 같다.
나는 유치원에도 다니지 않았다. 거칠고 시끄러운 아이들과 단체로 있는 것이 불편했기 때문이다. 초등~고등학교 때도 수학여행 같은 게 싫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단체로 묶여 차에 타라면 타고, 걸으라면 걷고 그런 게 너무 괴로웠다. 특히 어딘가에서 숙박까지 해야 하면 긴 시간 벗어날 수 없으니 거의 고문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이상하게도 다른 애들은 그렇게까지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항상 나 혼자 참 힘들었다.
그냥 단체 생활에 안 맞는 인간인 것이다. 그런데 지금 내가 학원에서 가르치는 어린 학생들은 나와 비슷한 부류가 많아서 편안하다. 코로나 시대를 겪어서인지 가끔은 나보다도 더 단체생활을 싫어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래서 같이 있으면 마음이 편하다. 내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