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를 욕할수록, 쌍욕이 많이 나올수록 찬사를 받는 넷플릭스 콘텐츠
넷플릭스 “성난 사람들(BEEF)” 3화에, 주인공 대니가 한인교회 성가대의 노래를 듣다가 눈물이 북받쳐 우는 장면이 나온다. 그 장면을 보고 나도 모르게 울음이 터져 나왔다. 그게 어떤 기분인지 너무 잘 알아서.
외국인(대니는 서양에 사는 동양인이니 더욱 심하게 체감했을 것이다)으로서 남의 나라에 산다는 것은 참으로 외롭고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러니 어떻게든 잘 돼서 여기서 망하지 않겠다는 마음, 저들(현지인)에게 무시당하지 말아야 한다는 악바리 같은 감정이 늘 내 안에 잠재하게 된다. 그러다 간혹 너무 외롭고 외로워서(혹은 점심으로 나오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어서) 한인교회를 찾으면, 거기에는 나와 비슷하게 생긴 한국인들이 ‘나의 모든 것을 받아 주시고 나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라며 노래하고 있는 것이다. 그곳에서 공유되는 가치는 사회적 지위나 돈이 아니라 ‘신실한 마음’이며, 그들 모두가 아픈 마음을 내려놓을 곳이 필요해 거기에 모여 있다. 사회에서 은근히 무시당하는 존재였던 내가 너무 오랜만에 다른 가치를 공유하는 공간에 들어와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거기에서는 더 이상 내가 남들보다 가치가 떨어지는 존재가 아니며, 무시받아 마땅한 존재도 아니다. 갑자기 너무 오랜만에, 그리고 너무 강렬하게 그런 따뜻한 기분을 느낀 나머지 내 눈에는 눈물이 차오르고, 위로받음을 느낀다.
이것이 종교의 본질이 아닐까? 정서적으로 여기저기 구멍이 뚫려 이젠 쓰러질 것 같은 사람들에게 기댈 곳이 되어주는 것. 나는 외국 곳곳에 있는 작은 한인교회야말로(대형 교회는 좀 사업체 같은 곳도 있다. 그들은 논외로 한다) 진짜 종교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 언니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에서 다녔던 허름한 한인교회에 헌금을 보내고 있다.
현재 한국에서는 기독교가 욕을 진탕 먹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의 한국 콘텐츠에서는 기독교인들을 가식적인 사기꾼 취급하며 조롱하고, 기독교를 ‘용기 있게’ 욕할수록 잘 만든 콘텐츠라는 평을 받는다. 그러나 종교를 욕해야 하는가? 아니면 종교의 껍질을 뒤집어쓰고 잘못을 저지른 이들을 욕해야 하는가? 현명한 척하며 무언가를 헐뜯기 전에, 그에 대해 충분히 고민해 보았다고 말할 수 있는지 양심적으로 자문해 보자.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서도, 나는 누가 종교를 물으면 ‘나도 잘 모르겠다’며 얼버무린다. 가족은 기독교지만 나는 교회에 다니지 않고, 성경을 읽지도 않으며, 가끔 기도를 하긴 하지만 나 자신을 기독교인이라고 정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교도 아니다. 신의 존재를 두려워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