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행하게 만들려고 낳았습니까?
카페에서 어떤 4인 가족을 봤다. 애 아빠는 딸에게 딱 붙어서 수학문제 푸는 것을 계속 쳐다보고 있었고, 애 엄마는 아들에게 붙어서 영어책을 펼쳐놓고 계속 영어로 말을 걸어댔다. 아이는 힘없이 영어로 대답했다. 정말이지 꼴불견이었다. 부모의 얼굴은 깐깐하기 그지없었고 아이들의 얼굴은 무력해 보였다. 저 아이들은 아마 공부하고 있지 않은 모든 시간에 괜한 죄의식을 느낄 것이다. 그리고 가장 무서운 사실은 저 부모들이 자신들의 행동이 진심으로 자식을 위한 거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왜 저렇게 자그마한 아이에게 그렇게 공부를 강요하는가? 내 아이가 유년기부터 청소년기까지 내내 수학 문제나 풀면서 보낸다면 너무 아까울 것 같다. 나는 고등학교 때 동아리 두 군데에 들고 체육대회 때도 두 종목씩 나갔다. 새벽이나 점심시간마다 모여서 연습했는데 정말 재밌었고, 진심을 다 쏟았었다. 그 시간은 삶에서 제일 행복했던 기억 중 하나다. 소설이나 만화책,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에서 느낄 수 있는 순수한 즐거움도 마찬가지다. 성인이 되고 나서는 점점 무뎌져서 10대 때만큼 커다란 즐거움을 느끼기 어렵다. 청소년기에 꼭 필요한 것은 바로 이런 경험이고, 사람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도 그런 것이다. 그때 아무 동아리도 안 들고 체육대회나 축제에도 참여 안 하고 쉬는 시간까지 공부만 하는 애들도 있었는데, 그 애들은 명문대에 간 다음 공기업에 들어가거나 7급 공무원이 되었다. 그 애들의 좁은 세상에서 말이 되는 선택지란 공기업, 대기업, 공무원 중 하나를 택하는 것이다.
내게 자식이 있다면 영어 단어만 외우지 말고 동아리나 스포츠에 참여해 다양한 경험을 하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며 좋은 친구를 많이 사귀기를 바랄 것 같다. 친구들이 죄다 학원에 가 있어서 쉽지 않겠지만! 그렇게 문제집을 풀어서 이름난 대학에 들어가면? 그다음에 뭐가 있는가? 어린 시절의 경험이 문제집을 들여다본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는 지루한 인간이 되어서 뭘 어쩌겠다는 건가? 그리고 상위권 대학을 나와서 뭐가 어떻게 해결되는 시대는 끝났다. 그렇게 키우면 남 눈치나 보는 겁쟁이로 자랄 뿐이다. 그리고 남들이 하라는 대로 살겠지.
그게 진정 부모들이 원하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 그들은 아이를 낳지 말았어야 했다. 제발 작은 아이에게 자기 덩치의 두 배쯤 되는 배낭을 메고 학원을 세 군데씩 다니도록 강요하지 마라. ‘학원을 늘려야 하냐’며 네이버 카페에 호들갑도 떨지 마라. 그런 아이들을 보면 ‘콘돔으로 예방될 수도 있었던 불행’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