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생각합니다]#1. 슬기로운 동호회 생활
로드 자전거에 입문하면서부터 꾸준히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19년 3월쯤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으니, 어느덧 2년 가까이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네요. 앞으로도 계속하겠죠.
사실 운동 동호회 활동은 거의 10년이 다 되어 갑니다. 학교 러닝 동아리를 시작으로, 졸업 한 이후엔 러닝 동호회. 그리고 자전거를 타는 지금은 자전거 동호회까지. 거쳐간 동호회는 각 두 개씩, 총 4개가 되네요. 많지도, 적지도 않은 것 같습니다.
예전에 비해 동호회가 흔하고 익숙하다고 할까요. 학생 땐 동아리도 아니고 '동호회'라고 하면 뭔가 어른들의 세계 같았는데, 막상 직장생활을 하며 활동하다 보니 그냥 사람들이 정기적으로 모이면 동호회이겠거니 싶습니다. 러닝 하는 분들은 '크루'라는 표현도 많이 쓰시지만, 결국 형태는 우리가 흔히 아는 동호회이죠.
가입하는 방법은 너무나 쉽습니다. 러닝 동호회 활동을 하던 2015년 무렵도 그랬지만, 동호회 앱이 너무 잘 되어 있어서 그냥 앱 받고 가입하면 됩니다. 아니면 네이버나 다음 등에서 카페를 찾아 가입하는 방법도 있고요. 대부분 1회 참석 후 정회원이 되는 방식인데, 이건 동호회마다 규칙이 다르니 설명을 줄이겠습니다.
하지만 선뜻 마음이 가지 않는 경우도 있죠. 동호회에 대한 편견들도 있고, 또 다른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도 있을 거고요. 아마 이 글을 눌러보신 이들도 이런 문턱에 서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문득 가입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적어봅니다. 동호회에 대한 오해가 있다면 해소하는 계기도 되고요.
물론 제가 전국 동호회를 다 경험해본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글을 쓸 자격을 묻는다면 역시나 딱히 할 말은 없습니다. 그냥 동호회 활동의 또 다른 한 해가 마무리되어 가는 지점에서 문득 생각나는 것들을 적어보고자 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가장 동호회의 큰 장점은 정보입니다. 입문자 입장에서 얻을 것이 많습니다.
기존에 활동하시는 분들은 짧게는 두세 달, 길게는 몇 년씩 먼저 운동을 즐긴 분들이죠. 이런 경험자들에게 공유받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이 상당합니다. 갓 입문해서 정신 못 차리고 있을 때 조언을 구하기 좋습니다. 장비 구입 등과 관련해서도 이중 지출을 막을 수 있고요.
물론 유튜브나 블로그 검색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만, 현장에서 직접 듣는 정보와는 생동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숙달된 조교의 시범을 눈 앞에서 볼 수 있는 거죠.
특히 자전거의 경우엔 오랜 기간 여기저기 많이 다녀보고, 여러 사람들과 라이딩을 해 본 경험자들의 조언이 도움이 될 때가 많습니다. 내가 사용해보지 못한 다양한 장비들에 대한 후기들도 들을 수 있고요.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법을 보고, 배울 수 있습니다.
오랜 경험에서 나온 좋은 라이딩 코스들도 소개받을 수 있습니다. 이 역시 온라인으로 습득이 가능한 부분이지만, 지도로 보고 가도 막상 가면 길이 바뀌어 있거나 헷갈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경험자들이 큰 힘이 되죠. 또 다른 길로 안내받기도 하고요. 아무튼 혼자 다닐 때에 비해서는 안전하게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함께 운동하면 꽤 도움이 됩니다.
달리는 것도 혼자고, 페달 굴리는 것도 내 힘으로 하는 건데 무슨 도움이 되냐 싶겠지만, 도움이 됩니다. 특히 지구력 싸움인 러닝이나 자전거의 경우는 더 그렇습니다. 앞에 가는 사람은 앞에 가는 대로, 옆에서 함께 달리는 이는 옆에 있는 대로, 뒤에서 쫓아오는 사람은 쫓아오는 대로 좋은 페이스메이커가 됩니다.
동기부여도 많이 됩니다. 내가 누구를 이기고, 경쟁하고의 문제를 넘어서 함께 운동하다 보면 실력을 파악하는 계기가 되죠. 실력을 얼마나 향상할지는 본인의 선택이지만, 그래도 많은 자극이 됩니다. 비슷한 실력의 동료와 함께 운동을 하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성장해가는 것도 큰 재미이고요.
그래서 운동을 하는 순간에는 오롯이 내 힘으로 해야 하지만, 주말이면 다들 모여서 함께 달리는 이유이지 않을까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선을 지키는 것은 중요합니다.
뜬금없이 관계에 대한 얘기로 넘어왔네요. 하나부터 열까지 다 물어보다 보면, 답해주는 사람도 피곤해집니다. 개인적으론 온라인에서 수집할 수 있는 정보들을 최대한 모아본 뒤, 해결되지 않는 질문 정도를 던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부분이 어떻게 이해가 되지 않는지를 디테일하게 다듬어야, 돌아오는 답변도 유용하겠죠. 돈 받고 가르쳐주는 것도 아니고, 동료로서 선의를 베푸는 것이니까요. 선의를 낭비하지 않아야 건강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겠죠.
반대로 알려주는 입장에서는 훈계가 되는 것을 경계해야겠죠. 각종 동호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1, 2위를 다투는 것이 바로 이 지점 아닐까 합니다. 조금 경험이 더 있다고 가르치려고 드는, 이른바 '고나리'를 하려고 하는 행동들이죠.
2030이 주축이 돼 활동하는 동호회에서는 아예 회칙에 이런 내용을 명시한 곳 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회원 상호 간의 교육을 금지한다"는 식이죠. 그래서인지 실제로 저도 활동하는 몇 년간 이런 문제로 불쾌했거나, 그런 모습을 본 기억은 딱히 없네요.
그렇다고는 해도 아슬아슬한 분들도 종종 보기는 합니다. 정보를 얻으려는 쪽, 가르침을 주려는 쪽 둘 다 말이죠. 이런 분들은 어련히 알아서 다 멀어지긴 했습니다. 동호회 내부에서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고요. 사람이 모이는 곳이면, 다 비슷하게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동호회라고 굳이 그런 이들을 감싸고돌지는 않는 분위기랄까요.
그리고 약속은 꼭 지키도록 합시다.
당장 모임 시간에 늦지 않는 것부터, 당일에 약속을 파투 내지 않기 등이죠. 사실 운동이란 게 아무리 많이 해도 취미이다 보니, 가볍게 생각하게 되는 순간이 오기도 합니다.
일단 가볍게 생각하다 보면 침대에서 일어나기가 참 힘들죠. 특히 라이딩 약속이 쏟아지는 여름 주말엔 더위를 피해 새벽에 만나는 일이 왕왕 있습니다. 우스갯소리로 '자덕(자전거 덕후)들은 주말이 더 바쁘다'고들 하는데요. 준비하는 시간, 집결지까지 가는 시간을 계산하면 출근할 때보다 한두 시간은 더 일찍 일어나는 일이 생깁니다.
주말의 꿀잠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일단 눈 뜨는 것부터가 고역입니다. 오죽하면 자전거로 오르기 힘든 언덕에 붙는 '령'을 따서 주말 아침에 눈 뜨는 일을 '기상령'이라고 할까요. 일어난다고 해도 운동 복장으로 챙겨 입는 것도 귀찮은 일이고요. 그래도 약속은 지키는 것이 좋겠죠.
한편으로는 모임에서의 약속이 운동을 하게 만듭니다. 당연히 운동을 마치고 나면 뿌듯함도 큽니다.
거기서 하나 더, 룰을 잘 지켜야 합니다.
"약속을 잘 지키자"의 연장이겠네요. 동호회가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도 룰을 지켜야죠. 이 부분은 각 동호회마다 규칙들이 있으니 거기에 맞게 행동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동호회는 간단하게나마 회칙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입하게 되면 꼼꼼하게 읽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사실 대부분의 법이 그렇지만, 평범하게 운동하는 이들은 회칙에 의해 제재되거나 하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몇몇 이들의 무리한 행동에서 생기는 분위기 저해를 막고, 평범하게 활동하는 회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인 셈이죠. 그러니 혹시 모를 분쟁이나, 갈등 상황을 위해서라도 한 번쯤은 꼼꼼하게 읽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내가 생각한 '평범함'이 남들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 있는 것이니까요.
일단 가입했으면, 적극적으로 활동해 봅시다.
평회원에게 적극적인 활동을 강요하는 동호회는 없습니다. 운영진 정도는 압박이 있겠지요. 그래서 대부분의 동호회에서 월 1회 참석 정도를 규칙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좀 더 여유로운 곳은 분기당 1회 참석 정도로 운영하기도 하고요.
그렇지만 일단 가입을 하였으면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낫다는 게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물론 다짜고짜 단체 대화방 등에서 말을 많이 하고 주도권을 잡으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자전거 동호회면 자전거를, 러닝 동호회라면 러닝을 적극적으로 하자는 말이죠.
회원에게 적극적인 활동이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그래도 동호회란 게 회원들의 모여야 돌아가는 생물체 같은 것 아닐까요. 결국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활동해야 동호회가 유지되고, 나도 함께 운동하고 시간을 나눌 사람들이 생기는 겁니다. 즉, 본인도 동호회의 한 부분이란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죠.
물론 처음은 어색할 겁니다.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긴 하겠지만, 정신없이 운동을 하다 보면 대학교 개강총회처럼 하나하나 챙기긴 어려울 겁니다. 그렇지만 한 번, 두 번 나가다 보면 얼굴이 익는 사람이 생기고, 말도 나누다 보면 어느새 동호회의 일원이 돼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어딜 가든 '인싸'가 돼야 하는 분들도 있지만, 그 영역은 제가 전문이 아니라서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열심히 운동하다 보면 마음 맞는 사람도 생기고 뭐 그렇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순간 자전거 판(?)에서 인맥이 넓어져 동호회에 구애받지 않고 활동하는 분들도 종종 보고는 합니다.
하지만 초보라면 우선은 울타리 안에서 먼저 활발하게 활동해 보는 것을 조심스레 제안해 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부분이기도 하죠.
바로 연애입니다. 하지만 죄송하게도 이 지점에선 별달리 드릴 말이 없습니다. 자전거 동호회에 가입하기 전 이미 결혼을 했기 때문에,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 실력 늘리기에 바빠서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고 해야 할까요.
물론 활동을 하는 2년 가까이 주변에서 많은 커플들이 생겼다가, 사라지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냥 우리가 회사에서, 학교에서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하고, 또 이별하듯 평범한 과정이었습니다. 온라인에 떠도는 유혹이나, 기가막힌 이야기는 보지 못하였다고 할까요.
좋은 자전거 탄다고 이성들의 관심이 쏟아지지도, 언덕 빨리 오른다고 없던 애인이 생기지는 않는 게 학계의 정설...입니다. 그냥 동호회도 사람들이 만나는 공간이고, 자연스럽게 시간을 보내다 보면 서로에게 불꽃이 튀면 만나고 하는 거겠죠. 마찬가지로 여기저기 마구 들이대다가 멀어지는 사람들도 존재합니다.
요지는 자전거 동호회도 그냥 사람 사는 곳이고, 딱히 본성을 숨길 필요도 숨길수도 없는 인간관계가 벌어지는 곳입니다. 얻는 것도 많고, 지켜야 할 것도 있는 관계이죠. 별다를 게 없으니 겁 먹을 것도 없습니다. 언제 한 번 나오세요. 안장 위에서 뵙겠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