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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링 Oct 07. 2024

2024. 10. 7. 월요일 책갈피

작은 이야기들의 소중함


“이제 영웅담이나 호기, 객기는 ‘센 척’, ‘허세’, ‘일부러 만들어낸 판타지’로 보이는 시대에 접어들었다. 우리 시대에 진정으로 ‘있어 보이는’ 서사는 ‘없는 것을 없다고 담백하게 드러내는’ 서사이다. 인간의 못남을 정확하게 드러내는 서사, 가까이 있는 사람, 밥 한 공기, 청소하는 행위, 빨래하는 행위에 정성을 들이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드러내는 서사이다.”                                              


_정아은, <<이렇게 작가가 되었습니다>>, 마름모, 2023, 118쪽



작가로 사는 법에 대한 에세이라 생각하고 읽다가, 서사에 대한 통찰이 뜬금없이 가슴 속에 내리박혀 책갈피를 꽂게 되었습니다.


삼국지연의,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일리아스 등 인류는 오랫동안 영웅들의 서사에 주목해 왔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는 웅장하고, 가슴 두근거리게 하며, 멀리 있는 어떤 것을 동경하는 마음을 키웁니다. 저는 이런 서사가 충분히 의미 있으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변형되어 소비되는 중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작가님의 말마따나 거대 서사의 그늘 아래 주목받지 못하고 심지어 평가절하되었던 작은 이야기들이 있었습니다. 영웅들의 이야기는 눈부시지만, 우리의 이야기와는 동떨어졌고 그들이 처한 상황 자체에는 공감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저는 ‘거대 서사란 먼 곳에서 반짝이는 북극성 같은 빛이고, 일상 서사는 가까운 곳의 화톳불 같은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마주하는 소소한 행복이나 고민, 갈등에 공감하며, 은연 중에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희박해져가는 공동체라는 울타리를 느끼며 위안을 얻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도 신화 속, 역사 속 영웅들 못지않은 소중한 서사이고, 현대사회는 이를 긍정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나의 일주일도 더 가치 있는 시간으로 느껴지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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