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가 앗아간 것
“새로운 상업 제품의 대다수는 불필요하거나 쓸데없는 것이 아니었지만, 그 제품들의 성공이 의미하는 바는 달랐다. 그들의 성공이 우리에게 미치는 실질적인 이익에 비해 과도하게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즉 그들의 상업적 가치는 인간적 중요성과 맞지 않게 커졌고, 자기들이 돈을 내고 산 그 유명세를 누릴 자격이 없었다. 동시에, 오랫동안 우리의 주의를 끌어왔던 다른 미덕들, 즉 엄숙함, 사랑, 용서, 성찰, 검소함, 부드러움의 역할을 밀어내고 있었다. 이 미덕들은 캘리포니아에서 출발하는 철도 노선에 있는 살구나무 숲에 위치한 목 좋은 전환점에 30미터 높이의 광고판을 설치할 수 있는 예산이 부족했다.”
“광고 작업은 물건 구입으로 해결되지 않는 영혼의 침체 상태에 대한 두려움을 전제로 한다. 마치 도취한 행복감 외에 다른 마음 상태를 인지하는 게 상업 사회 전체를 한순간에 붕괴시키기라도 하는 듯 군다. 하지만 이런 성마른 감정과 태도는 우리가 슬플 때마다 당황하지 않고 우리의 기분에 공감해주는 사람들에게, 우리를 즐겁게 해주거나 빠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의무감 따위를 느끼지 않고 품위 있는 삶 속에서도 슬픔, 고독, 혼란이 자리 잡을 법한 적법한 자리를 인정할 줄 아는 사람들에게 우리가 얼마나 크게 감사하고 있는지를 잊어버리게 만든다.”_알랭 드 보통ᆞ인생학교, <<현대 사회 생존법>>, ㈜오렌지디, 2024, 44쪽ᆞ51쪽
알랭 드 보통은 우리가 당연히 접하는 현실, 일상적인 감정 등을 한 발짝 뒤에 서서 낯설게 바라봅니다. 어쩔 때는 유쾌하게, 어쩔 땐 냉소적으로 느껴지는 그의 문체를 따라가던 중에 어느 한 가닥 통찰을 주는 짜릿한 지점에 책갈피를 꽂게 되었습니다. 위 글귀에는 현대사회의 구성요소 중 ‘광고’에 대한 그의 비판적인 시각이 담겨있습니다.
광고는 언제나 우리에게 속삭입니다. “이게 너한테 꼭 필요하지 않겠어?” 나아가 협박(?)까지 합니다. “이게 없으면 너는 남들에게 무시당할지도 몰라.” 차분히 생각하면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은데, 충동구매 후 제값을 한 경우가 많지 않은데, 우리는 순간적인 광고의 유혹에 굴복하고 택배 날만 손꼽아 기다리는 일이 허다합니다(그리고 그 기다림의 순간만이 가장 설렐지도요).
광고의 홍수 속에서 나도 모르게 스스로를 불행하게 여기고 있지는 않았는지, 광고에 가려 보지 못했던 감사하고 소중한 것들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