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걸음마

당신이 나를 기다려 주었듯

by 중견사원
나고야로 가는 비행기, 엄마와 아빠

엄마와 두 번째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몇 번이고 다짐했던 것은, 아이를 양육하듯 엄마를 기다려 주자는 것이었어요. 떨어지기 싫다며 눈물을 뚝뚝 흘리던 초등학교 1학년을, 몇 번이고 일으켜 세워 교실까지 데려다주었던 30대의 엄마처럼요.


20년이 흘러 아이는 서른이 되고, 엄마는 쉰다섯에 여행이라는 것을 처음 배웁니다. 게이트를 찾는 법, 입국 신고를 하는 법 등. 나는 곧 떠나니 엄마 혼자서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몇 번이고 가르쳐주었지만, 엄마는 여전히 허둥대고 불안해해요. 엄마의 인생에 대한 답답함과 대상을 찾을 수 없는 분노가 일어 화를 내는 것이 보통이지만, 이번에는 왜인지 마음이 시큰합니다. 괜찮아, 안 늦었어. 아직 시간 많아. 천천히 해 봐. 그렇지, 맞아. 엄마의 손을 잡고 걸음마를 함께 떼어주니, 그제야 천진난만하게 깔깔 웃습니다. 이렇게 기다려주면 될 걸, 저는 왜 그동안 이곳저곳에 마음을 베이고 산 엄마를 보듬어 주지 못했던 걸까요.


입사 초, 팀장님이 언젠가 말씀하셨던 ‘회사가 힘들 때마다, 엄마가 몇 번이고 너를 다시 일으켜 세울 거야‘라는 말이 예언처럼 다가오는 오늘. 가지고 싶은 것을 조용히 내려놓는 엄마에게 이건 기념으로 내가 사줄게 하면, 몇 번이고 미안하다 고맙다 이야기하는 엄마가 쓰라립니다. 돌아오는 비행기에 앉아 엄마 어깨에 머리를 기대니, 제 손을 몇 번이고 쓸다가 ‘엄마는 딸이 더 넓은 세상으로 가서 더 많이 경험하는 게 좋아. 엄마가 그런 마음을 가진 사람이 되도록 키웠어. 그러니까 엄마 걱정하지 말고 마음 편히 떠나’라는 엄마. 기댈 곳을 찾지 못해 이리저리 상처받는 연약한 엄마에게, 그래도 편히 쉴 곳은 나뿐인 걸 알아서. 그녀 곁을 비우기가 힘이 드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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