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계절을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
입춘이 온 뒤 날씨가 더욱 매섭습니다. 사실 겨울이 가진 속성에는 변함이 없는데, 입춘이라는 단어에 이르게 설레버린 탓일 수도 있겠어요. 꽃을 피워내는 더운 바람이 찬 공기 사이에 힌트처럼 스며있겠지, 두꺼운 겨울 이불을 차 내미는 밤이 오겠지 상상했기에 겨울이란 계절이 더 새삼스럽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획을 나누기를 좋아하는 인간이 스스로 이름 붙인 것들에 큰 희망을 품지 않는 편이 좋겠어요. 입춘이라 이름 붙이지 않았다면 이 맹렬한 추위가 새삼스럽지 않았을 테니 말이에요. 20대의 끝자락에 찾아온 ‘퇴사’라는 결정을 마치 인생의 큰 전환점인 양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유도 그러합니다. 이 결정을 해방이나 자유, 새로운 출발로 이름짓는 순간 옷깃 사이를 파고든 겨울바람에 크게 당황할지 모르니까요. 내가 상상한 입춘은 이것이 아니었는데- 하며.
그러므로 다음 절기를 맞이하는 일에 새삼스럽지 않고 싶습니다. 창가에 서면 틈을 비집고 들어온 바람에 여전히 양손을 비비게 되는 지금, 옷장에 고이 꺼내둔 봄옷을 떠올리며 겨울을 부정하지는 않으려 합니다. 옷소매를 길게 당겨 손끝에 꼭 쥐어가며 도착한 한 카페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려다 ‘아 지금은 라떼의 계절이지’ 하며 주문을 번복하듯. 코 끝을 찡하게 만드는 겨울바람에 ‘그래도 빙수보단 호떡이 내 취향이지 않나?’ 생각하며 혼자 싱긋 웃듯. 내게 얼마 남아있지 않을 이 겨울날들을 모든 감각으로 하나하나 세어가며 즐기고 싶습니다.
그것이 다음 절기를 맞이하는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