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쉽지 않은 결정

by 쿼카의 하루

태서동 금광아파트에서 대로변으로 나오면, 맞은편으로부터 5분 정도 거리에 24시 뼈해장국집이 있다. 최대 열다섯 개의 테이블을 수용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이고 여기저기 나름 숨은 맛집이라는 단서가 눈에 띈다. 적당히 신경쓴 다갈색의 테이블, 합리적인 8000원이라는 가격, 벽 기저기에 차림표와 효능을 설명하는 글 등을 배치해놓은 정성. 종업원의 수는 사장을 포함하여 총 5명으로, 오전와 오후 그리고 피크타임 및 주말 근무자로 나뉜다. 영호의 어머니 경숙은 오전 근무자로 이곳에서 근무한지 약 2달이 되었다. 영호의 아버지인 영신이 경비원을 하다가 실직하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다.


결국, 경숙은 20대 후반 경리일을 그만둔지 25년만에 다시 집안 살림을 보태기 시작했다. 영신이 실업자 신세를 면하지 못했기에 집에서 구직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고, 영호의 병원비는 점점 불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경숙이 뼈해장국집에서 홀서빙일을 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영호는 결국 병실에서 의식을 회복한다.


"경숙씨, 요즘도 무슨 고민 있어?"


태서동 24시 뼈해장국의 오후 파트타이머이자, 경숙의 동료로써 일하고 있는 혜숙은 경숙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혜숙은 경숙이 처음 일을 하기 시작할때부터 이미 오랫동안 근무하고 있는 선배였고 경숙보다 3살 연상이다. 예전부터 경숙의 얼굴에 수심이 깊은 것을 알아채자마자,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었던 것이 바로 혜숙이다. 혜숙은 영호의 아버지가 직장에서 잘리고, 집안에만 있음에도 불구하고 허리 통증을 호소했던 것을 털어 놓았다. 그랬더니 일이 없다보니 오히려 운동량이 줄어들어서 그런거라고 영신에게 예전처럼 산책을 할 것을 추천하라고 말해주었다. 그리고 혜숙은 홈쇼핑으로 구입한 복잡미묘한 이름의, 뼈건강에 좋은 보조식품 몇 개를 가져와 영신네 가족들과 먹으라고 나눠주기도 했다.


"아니 고민까지는 아니고"


경숙은 영호가 이제는 퇴원을 하게 되어서, 퇴원비를 수납해야 하는데 당장 집안 살림이 넉넉하지 않다는 사정을 말했다. 당장 수입원이 경숙이 일해서 받는 월급밖에는 없는데, 통장 잔고에 퇴원비를 수납할 돈이 없다고 경숙은 혜숙에게 자초지종을 이야기한다. 경숙네 가족이 어렵사리 빚지고 살지 않으려면, 노후를 위해 들어둔 적금을 깨야 하는데 경숙은 그럴 수는 없을 것 같았다.


"저런 딱하게 됐네"


"언니, 그렇다고 내가 돈을 빌려달라는 건 아니고"


경숙은 난감한 표정으로 이야기한다. 그리고 한숨을 푹 쉬며 말을 잇는다.

"요즘 먹고 살아가기 참 힘드네요"


잠시 정적이 흐르고 혜숙은 조금 고민하는가 싶더니 갑자기 눈을 밝히며 경숙에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내가 좋은 생각이 있는데, 오해하지 말고 한번 들어봐. 내가 고향이 전라북도 부안 출신이잖아. 부안같은 시골짝에도 귀농 귀촌해서 살아가는 사람이 많거든. 그런 사람들도 농사 처음 지으면서 잘 사는 사람은 또 잘 살아. 뭐 고추, 마늘, 양파, 땅콩같은 것들. 그런거 농사 지어서 농협에 납품하고. 또 텃밭에는 깻잎 심고, 밤나무 심어서 심심하면 따서 밥반찬해 먹을 수 있어. 자기 두릅 같은 것도 좋아하던데, 두릅도 심을 수 있구"


쉼없이 빠르게 말하는 혜숙의 이야기에 경숙은 집중하며 듣고 있었다.


"그리고 서울하고 경기도 땅값이 지방에 비하면 어디 그냥 땅값이야? 더군다나 자기 아파트 살잖아. 시골서 농사 지으면서 살면 땅값도 아끼고 좋은 공기에 물도 마시고 좋지 않아? 나도 귀농해서 살고 싶은데 키울 애들만 셋이라 어려워서 그래"


경숙은 혜숙의 이야기를 쭉 듣더니 좋은 아이디어라고 감탄하듯 말하고는 감사해하며 그대로 머릿속에 꼭 기억해두었다.




그날 밤, 경숙이 퇴근한 뒤 영신과 영호를 식탁으로 모이게 했다. 그리고 귀농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처음에 영신은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반대했다.


"태서동 토박이로 줄곧 살았는데, 우리가 어디를 간다는 거야"


영신은 골치 아프다는 듯이 머리를 매만졌다. 영호는 오히려 찬성쪽이었다.


"엄마 나는 여기 생활에 크게 미련이 없거든. 다른데서 한번 살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 나 퇴원비 많이 나와서 고생하시는 거 알아요. 만약 지방으로 내려가면 더 열심히 해볼게"


"그래 너 잘 생각했다. 당신은 왜 그렇게 싫은거야. 당신도 전주 출신이잖아"


영신은 에이, 라고 하며 얼토당토 않는 소리를 한다는 투로 이야기한다. 그래도 한번 생각해보기라도 해야겠다는 마음인지 영신은 일어나서 다시 소파에 풀썩 주저 앉아 리모컨을 굴린다.



영신이 성창에게 전화하자, 성창은 반가워하며 인사한다. 영신아 무슨 일이야? 성창은 자초지종을 설명한 영신에게 말한다. 친구야 잘 생각했다 임마, 그래 어디서부터 도와줘야 하는지 한번 날 잡고 만나서 이야기하자. 영신은 성창과 전주에서 만나는 것을 약속하고 전화를 끊는다. 그리고 금광아파트 주차장으로 나와 담배를 한 대 피웠다.





메인 이미지 출처 : 소파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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