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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Jan 25. 2024

모트 단독콘서트에 다녀오다

뒤늦게 올려보는 <미리크리스모스> 공연 후기

  12월의 첫날은 인디 가수 모트의 단독콘서트가 있는 날이었다. 그 공연이 있는 걸 알게 된 날은 바로 전 날인 11월 31일 목요일. 연말이 가까워지다보니 공연 같은 것을 보고싶었다. 처음 보는 많은 사람들과 아름다운 추억을 공유하며, 그 자리에 앉거나 서있기만 해도 즐거운 기분이었으면 하는 바람이랄까. 마치 추운 겨울을 배경으로 따뜻한 모닥불을 쬐며 포근한 스웨터를 입고 하염없이 수다를 떨고 싶은 마음과도 같다. 그런 경험을 하며 아늑한 기분을 느끼고 싶었다. 마침 검색해보니 나오는 건 수험생 시절 공부할 때 플레이리스트에서 자주 재생되던 가수 '모트'의 단독 콘서트. 다음날 저녁 8시임을 발견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결제까지 생각하게 됐다. 좋은 추억이 깃들어 있는 음악들을 공연장에서 듣고 싶다는 생각은 나를 설레게 하기에 충분했고, 작년에 마침 비슷한 추억을 가진 밴드 '전기뱀장어'의 콘서트에 가고 나서 한참 여운이 가시지 않았던 기억을 소환해냈다. 바로 이거다. 결제는 손쉽게 진행되었다. 문제는 내일 공연장까지 가는 길과 혹시 모를 귀차니즘을 떨쳐내는 것이었다.


  나는 아버지에게 금요일 당일 차로 데려다 주는 일을 부탁드렸고, 따라서 나는 무려 혼자서 내 또래 여자 솔로 가수의 단독 콘서트장에 가벼우면서도 설레는 마음으로 도착할 수 있었다. 공연장 입구에 붙은 모트의 순진 무구하면서도 명랑한 사진의 포스터 두 장이 나를 반겨주었다. 그리고 두터운 겨울 점퍼를 입고 몸집은 날렵하나, 의외로 무뚝뚝할 것 같은 스타일의 또래 남성들 몇몇이 보였다. 그들은 공연표를 발권받으려고 줄지어 있었다. 나도 그 줄에 서서 설레는 마음으로 직원이 표를 건네주기를 기다렸다. 신분증을 건네고, 명단에서 내 이름을 찾은 직원은 나에게 내 이름이 적힌 표를 건넸다. 콘서트가 진행되는 공연실 앞에서 서성거리고 있자니 새삼스럽게도 여기는 바쁘게 돌아가며 팍팍한 인상의 사람들이 걸어다니고 있을 바깥 세상과 동 떨어져있는 곳이라는 기분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에 올릴 사진들을 몇 장 찍고, 벽에 걸린 티셔츠도 구경하고, 친필 사인이 있는 CD도 구경하다가 공연실로 입장하였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공연을 기다리고 있었고, 무대에는 대기시간을 위한 영상과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모트가 입장했을 때 박수와 환호가 터져나왔다. 세션으로 보이는 남자 5명이 같이 들어왔고, 나는 먼저 모트의 의상에 눈길이 가게 되었다. 다소 포멀한 의상으로써 파티에도 어울리는 밝은 색의 단정한 옷차림이었다. 작은 체구에도 잘 어울리는 스타일이었으며 귀엽고 세련된 느낌을 주었다. 모트의 히트곡이 나올 때 다들 작은 목소리로 소곤대는 것을 들었다. 도망가지마라든지, 비행기모드, 좋아하나봐 같은 곡들은 음원으로만 수십번을 들었을텐데, 그것을 모트의 육성으로 듣는다니 정말 좋은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 누구보다도 그 곡을 잘 이해하고, 정확히 표현하는 가수일 테니 말이다. 곡들은 모두 음원보다 약간 더 사랑스럽고, 애절하고, 흥겨웠던 것 같다. 좋은 곡 뒤에 또다른 흐름의 좋은 곡을 자연스럽게 잇는 것은 적절한 멘트였음을 알게되었는데, 바로 모트는 이러한 멘트를 ‘의외’의 센스를 발휘해 재밌게 흘러가게 한다. 여기서 의외라는 말은, 바로 기대하지 않았던 부분에서 흥미를 갖게 하고, 지루할 것 같은 대목에서 웃음을 유발한다는 말이다. 그런 것이 가수 모트의 장점임을 새롭게 알게 되었다. 이렇게 멘트를 잘 하는 모트가 왠지 모르게 관객들의 시선을 의식해서 자신을 낮추거나 긴장하여 실수하는 장면들은 또다른 웃음 포인트가 되었다.


  모트의 은근한 앵콜 유도로(앵두 같은 어떤 것을 갈급히 불러달라는 모트의 성원으로)성공리에 2곡의 캐롤을 앵콜로 마무리한 그 솔로 가수는 무대 뒤로 퇴장했고, 공연장 출구 쪽으로 이동하여 악수회를 다시 진행하며, 팬들에 대한 성의를 다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저렇게 에너지가 넘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공연 중간의 멘트에서 자신은 내향형 100%의 인간이라고 소개한 모트. 그런 사람이 사람들 틈에 끼여서 자신을 어필하고, 무려 자신을 위해 멀리 여수에서도, 나주에서도 온 사람들을 끝까지 배웅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나에게 어떤 인상을 남겼던 것 같다. 그녀가 너무 지치고, 또 집으로 갔을 때 감정의 격차로 인하여 공허하지나 않을까 걱정하며 악수하기 위해 나온 손을 잡으며 악수했다. 그러한 애정어린 시선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정작 나에게는 연예인의 손을 잡아보는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신기한 기억으로 남게 될 것 같다.



  돌아가는 길은 혼자였고, 추웠다. 가보지 않았던 서울 마포구의 어느 거리를 걸으며, 모트의 음악을 갤럭시 버즈로 들으면서 내년에도 다시 가보기를 결심하였다. 새삼 그 공연의 열기와 세상의 냉기에 격차가 느껴진 그 시간, 그래도 가족과의 카톡중에 나는 참 좋은 시간을 보냈음을 실감하게 되었다. 동생이 야근을 하며 10시가 넘은 지금까지 회사에 있단다. 좋은 문화생활과 휴식이었음을 다시금 감사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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