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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Jan 25. 2024

세상에 흔치 않은 쿨한 짝사랑 노래

오아시스의 wonderwall에 대한 해석

  세상에 나온지 벌써 30년이 된 영국의 팝송이 있다. 이제는 영국의 국민 가요로도 불릴만큼 유명해진 곡이다. 밴드 oasis의 wonderwall. 여기서 wonderwall은 '세상에 물리적으로는 실존하지 않는, 넘을 수 없는 가상의 벽'을 의미하며 세상에는 없던 비틀즈의 조지 해리슨 앨범의 이름에 사용한 신조어이다. 오아시스가 얼마나 비틀즈를 사랑하고 그 명맥을 잇기 위해 노력했었는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미 알거나,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다. 그 중에 오아시스의 프론트맨 리암 갤러거는 존 레논을 특히 사랑했다. 죽은 사람 중에 실제로 만나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바로, 존 레논이라나 뭐라나. 뿐만 아니라 작곡가 겸 기타리스트 노엘 갤러거 역시, 존 레논의 곡들을 커버하거나, 존 레논의 영향을 받아 쓴 곡들이 있다. 대표적으로 don't look back in anger라는 곡의 인트로는 존 레논의 명곡 Imagine의 코드 진행을 따서 만들었다고 한다. 비틀즈는 영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음악사에 한 획을 그었고, 한 마디로 일반적인 기준으로 '넘사벽'인 밴드였기 때문에, 90년대 영국 미디어에서 오아시스가 비틀즈의 대를 잇는 밴드라고 소개했던 것은 극찬 중의 극찬이었다. 때문에 오아시스도 자신들이 비틀즈의 명맥을 잇는 정통 밴드임을 자랑스러워했고, 자신들의 궁극적인 음악적 방향성이 어떻든지 간에 자신들이 비틀즈의 영향을 받았음을 굳이 숨기려들지 않았다.


  오아시스하면 떠올릴 수 있는 이 명곡은 장황한 길이의 가사가 돋보인다. 도입부에는 심플한 악기 구성과 그다지 심플하지 않은 어쿠스틱 기타의 코드구조. 그리고 후렴마다 등장하는 장엄한 첼로 선율이 인상깊다. 첼로 선율이 과하게 붕 뜨지 않는 분위기에 무게감까지 더해주고, 전환할 때마다 적당한 리듬이 담긴 드럼의 필인(fill-in)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귀기울이게 한다. 심지어 이 곡은 브릿지도 좋다. 브릿지부터는 가사만 따라할 수 있다면 떼창이 땡길만한 곡이다.



And all the roads that lead to you were winding

너에게로 인도하는 길은 모두 굽이쳐있고


And all the lights that light the way are blinding

길을 밝히는 빛은 모두 눈이 부셔


  혼자서 사랑을 하면 상상하고 계획했던 대로는 전혀 풀리지 않았던 기억, 모두 있을 것이다. 우리들은 적어도 한 번의 성공을 위해서 몇 번의 실패를 겪던가. 다가가고 싶어도 가까워지지 않고, 조금 풀리는가 싶어도 끝끝내는 이어지지 않는 짝사랑의 과정을 이렇게까지 시적으로 표현한 가사가 지금까지 있었을까싶다. 무심코 들어도 편안한 느낌을 주는 운율이 담긴 브릿지이다. 그렇다면 2절의 벌스는 또 어떤가.



Today was gonna be the day but they'll never throw it back to you

오늘은 너에게 그것을 전혀 되돌려주지 못한 날이었어


By now you should've somehow realized what you're not to do

지금까지 너는 너가 어떤 것을 안 해버렸는지 깨달아야 돼


I don't believe that anybody feels the way I do about you now

나는 어느 누구도 나랑 같은 것을 느낀다고 믿지 못해 너에 대하여



  wonderwall의 화자가 결국에 처한 현실을 요약해서 보여주는 가사이다. 너에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털어놓지 못했고, 스스로를 바라보며 한심해하고 자책하는 것. 우리는 사랑을 시작할때 만큼은 스스로에게 한심하다는 감정을 자주 느끼게 되는 것 같다. 그 결말을 아직은 모르지만, 그 감정이 소중하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대며 사랑하는 사람과 한발짝도 가까워지지 않으려는 고집. 그리고 자신의 소심함 탓이라며 그 고집을 어떻게든 꺾어내려고 하는 자기 성찰. 그와 함께 뒤섞이는 짝사랑의 감정으로 고뇌하는 시간들이 오롯이 담겨있다. 하지만 어찌 보면 한심함의 감정으로 치부해버릴 수 있는 일련의 과정을 이렇게 쿨하게 표현한 노래가 세상에 있었을까?




I said maybe

내 말은, 아마도


You're gonna be the one who saves me

너가 나를 구할 한 사람이 될 것 같아


And after all

결국엔


You're my wonderwall

너는 나의 wonderwall이야



  이 곡의 결말은 짝사랑의 감정을 숭고하리만치 미화하다 못해 사랑하는 대상을 구원자로 표현해내는 데까지 간다. 하지만 wonderwall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구원자는 현실의 사랑으로 이어진 대상이 아니라 짝사랑하고 있는 대상 그 자체이다. 멀리서 지켜보는 짝사랑하는 대상이 나를 구원하는 존재가 된다는 것은 정말 비현실적이긴 해도 매우 문학적이긴 한 것 같다. 소설 <데미안>에 나오는 베아트리체가 떠오르기도 하고, 종교에서의 신앙심이 생각나기도 한다. 도대체 여자 한명 짝사랑하는 것 가지고 무슨 난리 부르스냐고 할 수 있겠지만, 이만큼 짝사랑을 예술적인 감정으로 승화시킨 음악이 과연 또 있을까? 우리들에게는 라디오헤드의 'creep'이 주는 처절한 자기비하와 10cm의 '스토커'가 주는 쿨하지 못한 신세한탄에 익숙하긴 하지만 말이다. 나는 wonderwall만이 이야기하는 쿨한 짝사랑이라는 산뜻한 매력이 이 곡이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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