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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쿼카의 하루 Jan 26. 2024

자기 자신을 이긴 경험

PT 3회 차의 알찬 PT 후기

  PT, 일명 퍼스널 트레이닝의 세 번째 수업은 하체 운동 시간이었다. 시작하기도 전에 하체 운동은 어려울 거라는 트레이너님의 말을 듣고, 약간의 멍한 혼란 후에 각오를 해야 했다. 지금까지 했던 것도 어려웠는데 그것보다 힘든 것으로 예상되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트레이너님의 말씀대로 거울 앞에 다. 트레이너님의 지시에 따라 아주 정석적으로 보이는 자세로 조금씩 교정해 나가며 스쿼트 자세를 잡는다. 열 번씩 여러 번 한 후에 이름도 부르기 어려운 어떤 자세의 동작을 구호에 맞춰 몇 번씩 한다. 땀이 뻘뻘 나기 시작한다. 마지막까지 몸을 붙잡고 힘을 쥐어짜 낼 때까지 반복된다. 위아래로 몸이 움직일 때마다 저항을 더 주기도 도와주기도 하는 트레이너님에게 묘한 감정을 느낀다. 약간의 불평이 섞인 존경심이랄까. 한 동작에서 학을 떼기 전에 다른 운동으로 넘어가는 타이밍은 항상 절묘했다.



  두 번째 기구가 끝났을 때 왠지 모르게 강력한 힘을 써야 할 것 같은 기구 앞에 서게 되었다. 하나하나 차근차근 시범을 보이는 트레이너님을 천천히 지켜보았다. 머신 안에 푹 들어가서 스쿼트 동작처럼 앉았다가 일어서는 운동이었는데 그대로 따라하려면 집중해서 보는 것이 필요했다. 내가 시작하자 호흡을 반대로 내쉬기도 하고, 허리가 머신에 떨어진 잘못된 자세를 하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곧바로 교정해 주었다 "호흡 제대로 해야지" "허리는 딱 붙이고" 반복되는 큰 움직임에 집중력이 떨어지는 나에게 반복적으로 천천히 말해주었다. 한 세트를 생각보다 무사히 잘 완수했을 때, 트레이너님은 무시무시해 보이는 10kg짜리 쇳덩이를 양옆에 밀어 넣으며 쉬는 시간을 갖게 했다. 이건 조금 어려울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별 수가 있을까. 과연 나의 한계는 어디까지이며, 이 선생님은 어디까지 운동을 시키려고 마음을 먹은 것인가. 머신 안으로 몸을 밀어 넣으며, 하나 둘 복창하는 구호에 맞춰 몸을 움직였다.



  한 10개 정도 했을까. 호흡량이 조금 부족한 건지 약간 흐릿해진 정신에 3개만 더하자는 말이 귀에 겨우 닿았다. 그래 뭐 3개 정도는 참을 수 있지. 한층 부담이 되는 허벅지 근육을 그래도 믿는 마음으로 한 개부터 시작했다. 하나, 두우울... 그때였다. 사실 두 개 까지는 고통스러웠지만 감당할 정도는 되었다. (아마 트레이너님이 팔로 도와주신 것 같다 )그런데 믿을 수 없을 정도의 무게감이 셋을 셀 때 나의 허벅지와 종아리 근육을 통해 전달되기 시작했다. 앉았다가, 올라가는 그 순간 머릿속을 울리는 칠판 긁는 소리와 절박한 기계음이 들리는 듯했다. 짧은 3초 동안이었으나, 마치 3분은 흘러간 것처럼 숨이 턱 끝까지 찼다. 끝까지 일어섰을 때 겨우 살았다는 안도감으로 숨을 몰아 쉴 수 있었다. "방금 자기 자신을 이긴 거야 잘했어." 한 마디의 칭찬이 짜릿한 감정으로 되살아나 보상받았다는 느낌으로 다음 운동까지 척척 해낼 수 있었다.



  그 경험 이후로 운동을 하면서도, 집에 가는 길에도 멍하니 그 순간의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 경험에 숨겨진 의미를 생각하고 깊이 있는 가치를 생각했다. 그러나 결국 얼마 후에는 그 순간이 끝난 직후에 느꼈던 짧은 희열을 떠올렸다. 깊이 생각해 보았으나, 자신을 이기는 경험이라는 것은 아주 특별한 경험이 아니다. 누구나 가끔씩은 자신의 한계까지 밀어붙여 무언가를 하려고 노력하곤 하기 때문이다. 자신을 이겨낸 경험은 누구에게나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과 함께하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 값지고 귀하다. 그 누군가가 가슴팍을 가리키며 "방금 자기 자신을 이긴 거야"라고 가슴 뛰는 감정에 이름을 붙이듯이 차분하지만 강한 어조로 말하는 것을 듣는다면 말이다. 함께하기에 멋진 경험이었다. 다음 시간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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