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부자(父子)의 과거

by 쿼카의 하루

영신은 그의 아내와 응급실에 도착했다. 빠르게 걷다가 아예 뛰기 시작한 영신은 응급실에 도착하니 숨이 멎을 것 같고 온 몸이 땀투성이였다. 하지만 그의 등골은 긴장감에 서늘해져서, 비오듯 쏟던 땀은 금방 차게 식어갔다. 응급실 원무과 앞에 서서 영신이 숨을 헐떡거리고 있을 때, 직원은 어떤 환자를 찾으러 왔냐고 묻는다. 영신은 '이영호'라는 이름 석자를 긴장감과 헐떡임 사이에서 겨우 내뱉는다. 다급히 움직이는 직원의 안내를 받으며 영신과 그의 아내는 응급실 안으로 들어간다. 영신은 다음에 보게 될 아들의 모습이 어떨지 짐작은 가면서도, 생각도 하기 싫은 마음에 눈을 감고 이마를 메만지며 직원의 안내에 따른다.


초등학생 시절, 영호는 몸이 약했기 때문에, 몇몇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기도 했다. 영호가 어렸을 무렵에 누군가가 영호를 못살게 굴어서 부모님께 이르는 날이면, 영호의 어머니인 경숙은 오히려 영호를 나무랐다.


"누가 그렇게 당해가지고 오래?"


하나뿐인 아들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말에 영호를 걱정하고, 위하는 마음이 있었지만 오히려 영호가 강하게 컸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더 나아가서 경숙에게는 그들에게 오히려 본떼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속물적인 마음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었다. 그때마다 아버지인 영신은 영호가 걱정이 되었다. 아내를 말리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그는 그때마다 집 밖으로 나가 담배 한 대를 피우고, 문구점을 들러서 다시 집으로 돌아와 영호에게 비싼 필기구나 공책, 아이스크림 같은 걸 선물해주며 영호의 마음을 달래주려고 했다. 그때마다 경숙은 오히려 답답하다는듯이 영신에게 그러다 버릇 나빠진다며 큰소리로 잔소리를 늘어놓았다.


그러던 영호가 나이를 먹어서 중학교에 들어갈 무렵, 학교에 다니면서 필기구를 자주 놓고다니고 잃어버리곤 했다. 어떨 때는 필통 자체를 잃어버리고 오는 날도 있었다. 영신은 그런 영호를 크게 나무랐다. 그리고는 자신이 했던 일에 대해서 후회했다. 아내가 버릇이 나빠진다고 말한 것이 사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영신은 영호가 엇나가고 있다고 믿어 좌절했다. 영신은 그 무렵 3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었고, 아버지라는 역할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영신이 아들에게 잘 한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알고보면 영호를 망치는 일이었고, 영호를 더 힘들게 하는 일이라는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다. 영신은 그 무렵, 그가 다니던 출판사에서 한번은 정리 해고를 당할 위기에 처해지기도 했고, 오랫동안 승진을 하지 못해서 위기감에 빠져 있을 때이기도 했다.


영신은 아내를 앞서서 병실 안으로 들어간다. 영호가 어디있는지 찾기 위해 시선이 갈피를 못잡을 정도로 빠르게 움직인다. 영신은 이윽고 영호가 있는 자리를 발견했다. 영호는 머리에 큰 붕대를 감고 있었다. 얼굴은 멍투성이로 다소 검게 물들어 있었고, 왼쪽 다리 역시 붕대를 감고 있다. 심전도계가 규칙적으로 소리를 낸다.


영신은 고개를 푹 떨어뜨리고, 탄식을 뱉는다. 그리고 힘없이 주저앉는다. 경숙은 영신을 부축한다. 영신은 애써 정신을 차리고 병실에 도착한 의사를 붙잡으며 묻는다. 영호가 이제 일어날 수는 있습니까?



영신은 그 이후에 다시 끊었던 담배를 줄기차게 피웠다.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점점 줄어들었고, 밖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이 많았다. 지인을 통해 영신이 도박에 손을 대기 시작한 무렵도 그 즈음이었다. 영호는 머리가 크고 고등학교에 다니며 점점 학교에서 좋은 표정으로 등하교하는 날들이 많았지만, 영신은 한번 시작한 사행성 게임을 끊기는 어려웠다.


유감스럽게도, 고등학생이 된 영호는 스스로가 느끼기에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영호는 공부를 잘 하려는 마음은 있었으나, 자격지심으로 자신은 능력이 많이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영신이나 어머니를 보면서 느낀 것도, 내가 그렇게 공부를 잘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에도 영호는 공부를 제대로 해보겠다는 마음이 들었는데, 그건 영호가 사귀던 친구의 영향이었다. 공부 잘하는 친구였던 수빈과 영호는 대화를 나누다가, 그쪽 부모님은 모두 고졸 출신에 생산직에 종사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다. 영호는 그때부터 공부가 조금씩 재밌기도 했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그래서 영호는 출판사에 다니는 자신의 아버지에게 '수학의 정석'을 한 권 사달라고 부탁했다.


영신은 당시 사행성 도박장에서 그의 아들의 전화를 받고서 부탁하는 그 말을 들었다. 그리곤 우연히 돈을 잃고, 화가 머리 끝까지 난 나머지 영호에게 욕을 한바탕 퍼부었다.


"이 못난 놈의 자식아, 너가 무슨 공부야 공부는, 얼어죽을. 얼른 끊어!"


영호는 무척이나 당황스럽고 수치스러운 나머지 전화를 끊었다. 둘의 관계는 그 이후로 마치 한겨울에 얼어붙은 강가를 조심스럽게 걷듯, 소원해지기 시작했다. 둘의 대화는 어딘지 모르게 짧게 끝나버렸다. 그리고 영신은 자신의 아들에게 잔소리를 하는 것도 미안하고 조심스럽기도 했다. 언제부턴가 대화의 소재는 말라버리다 못해 소멸해버린 듯했다. 영호와 영신은 서로 공통된 주제를 찾기가 힘들었다. 영신이 자신의 과거에 지은 모든 잘못을 인정하고, 영호는 그런 아버지를 용서한다 하더라도, 그때부터 이미 말라버린 대화와 관심과 애정의 끈을 놓아버린다는 것은 처음으로 되돌리기 어려운 것이었다.



의사는 영신에게 무엇이라고 설명한다. 아드님은, 일어날 수는 있지만, 가능성이, 마음의 준비, 하셔야 합니다. 영신은 머리가 새하얘져서 귀에 먹먹한 소리가 들린다. 경숙이 크게 우는 소리에 영신의 마음은 더욱 어지럽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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