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odwear part2 : 오늘, 나는 그들의 마음을 입는다
오늘의 플리 : 우효 - 청춘 (DAY)
https://youtu.be/qv4tslDFnK8?feature=shared
사람들은 종종 “넌 참 착해”라고 말한다.
그 말은 칭찬 같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조금씩 피로해진다.
누구에게도 날카로워지지 않기 위해
나를 깎고 다듬고 억제하는 일이,
어느 순간부터 감정의 부채처럼 쌓인다.
〈모래로 지은 집〉 속 ‘나’도 그랬다.
거절하지 못하고,
화를 내지 못하고,
상처받았다는 사실조차 소리 내어 말하지 못한다.
그 대신 한 발짝 물러나며 말한다.
“괜찮아, 나한텐 괜찮아.”
그게 그 사람의 말투고, 표정이고,
그리고 옷이었다.
오늘 나는
그녀가 입었을 법한 옷을 꺼내 입는다.
첫 번째로 손이 간 건 회색 셔츠.
무채색 중에서도 가장 말수가 적은 색.
질감은 부드러워야 한다.
예민한 감정에 자극을 주지 않는 직물처럼,
몸에 꼭 맞기보단 조금 흘러야 한다.
셔츠는 바지 안으로 넣지 않았다.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옷의 바깥으로 흘러나올 수 있게
허리를 조이지 않는다.
바지는 어두운 슬랙스.
핏이 드러나지 않는 대신
움직일 때마다 살짝 구겨지고 풀리는 소재.
조심스럽고 조용한 사람이
걸을 때 내는 아주 작은 기척 같아서 좋다.
가방은 내용물보다 형태가 무거운 천가방.
책이 두세 권 들어 있고,
여러 번 접힌 A4용지와 검정 펜 한 자루,
정리되지 않은 감정처럼 헝클어진 이어폰.
신발은 무광 블랙 스니커즈.
끈을 세게 조이지 않는다.
발등이 살짝 보이는 높이.
오늘 하루,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조용히 걷고 싶은 마음의 모양
머리는 풀고 나왔다.
다듬지 않았고, 묶지도 않았다.
그냥 있는 그대로 두기로 했다.
내 마음도, 내 하루도.
〈모래로 지은 집〉 속 그녀는
사랑을 받지 못해 무너진 게 아니었다.
사랑을 표현할 방법을 배운 적이 없어서
늘 누군가에게 조용히 맞춰주는 방식으로만
마음을 견뎌왔던 거다.
그래서 그녀의 감정은 늘
누군가의 말 끝에 걸려 있었고,
누군가의 표정에 가려졌으며,
누군가의 기분을 살피느라
스스로의 기분을 말할 타이밍을 놓치고 만다.
나는 그 감정을
셔츠의 느슨한 단추와
슬랙스의 주름진 주머니,
끈 없이 흐르는 머리카락 사이에 꿰매 넣는다.
말로 하지 않아도,
옷은 대신 기억한다.
mood styling
• 부드러운 회색 셔츠
• 어두운 슬랙스 (구김 있는 코튼 or 울 소재)
• 검정 스니커즈 or 단화 (무광, 끈 묶지 않음)
• 내용물이 무거운 천가방 or 낡은 에코백
• 정리되지 않은 머리 (고데기 or 묶음 없음)
• 메이크업은 생략, 혹은 무색 립밤
today’s mood
감정이 너무 커서 말이 되지 않을 때,
나는 옷으로 그 마음을 꿰매어 고정한다.
작은 목소리로
“나도 사실은 힘들다”라고 말하듯이.
for reader
당신은 오늘,
누군가에게 무해하려다
자신에게 해로운 옷을 입고 있진 않나요?
혹은,
당신 자신에게 다정한 실루엣을 입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