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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민욱 Oct 17. 2018

또 다른 곳을 지향하는 하이웨이가 필요한 시점이다.

 「펭귄 하이웨이」이런 부류의 애니메이션은 이제 그만

    펭귄이 귀엽습니다.  음... 그리고 유년시절의 사랑의 세계관을 상대성이론이나 끈이론 등 과학적으로 그려냅니다. 과학적 원리로부터 모티프를 가져오시는 것을 보면서 저도 공부를 많이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오프닝 영상까지 보고서는 펭귄이 정말 귀여워서 두 번 볼까도 생각하였지만 두 번 다시 보지 않을 영화가 되는 데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시종일관 나오는 누나의 가슴에 대한 이야기나 시작부터 나오는 누나의 가슴에 대한 기하학적 고찰과 같은 부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소년의 관점에서는 유년시절 성인에게 느끼는 당연한 호기심 정도로 치부될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작가와 제작자는 소년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영화 속에서 화자(주인공)의 시점은 초등학생 정도의 어린 소년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위와 같은 모티프나 상상은 자연스럽다고 이해 혹은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화자 뒤에서 만들고 써 내려간 사람은 이미 성인이며 작가입니다. '어린 시절의 사랑'과 '성장'에 대해서 그리고자 했다는 취지 하에서 위와 같은 소재가 필수적이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듭니다. 새로운 '펭귄 하이웨이'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내내 '펭귄이 귀엽다'는 생각만 계속했습니다. 다른 생각들을 지우고 펭귄에 대한 생각만 붙들고 있어야 영화 전 안내 영상처럼 편안하고 즐거운 감상이 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영화 속에서 펭귄은 귀여웠고, 소년도 귀여웠으며 그림도 아름다웠습니다. 하지만 현실에서 작가는 귀여운 소년이 아니고 그래서 유년의 화자를 끌어다 쓸 때는 조심스러워해야 하며 유년의 추억을 배경으로 삼아서 쓸 때에는 신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간 지인분께서는 제게 그냥 애니메이션인데 뭐 그렇게까지 보냐고 말씀하셨습니다. 뭐 그렇게까지 예민하냐고. 그럴 수도 있었습니다. 예민해하지 않고 그냥 위에 쓴 과학이론을 통해서 서사를 분석하고 연결고리와 알레고리를 찾아서 만족할 만한 글을 썼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렇게까지 적고 싶은 책과 영화가 있어서 그런지 같은 이유로 절대 그렇게까지 적고 싶지 않은 책과 영화도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젠더 감수성'에 대한 장면이나 '그런 서사나 단순한 이미지가 무의식 중에도 스며들 수 있다.'와 같은 이야기는 적지 않겠습니다. 제가 적으면 진부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그 진부한 말들을 아직까지도 누군가가 말하고 있으며 고민하고 애쓰고 있다면 진부함에 대해서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적을 수 없을 정도로 치열하게 분투하고 계시는 작가 분들이 있기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다시 책을 보고 영화를 볼 것입니다. 이 영화를 실망으로 읽었다면 저는 이 작가 분들을 희망으로 읽고자 합니다. 다음 글은 희망찬 절망에 대한 글일 수 있기를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끝으로, 영화에 대한 평론을 보고자 들어오셨던 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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