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은 처음이라] Putra mosque
여행 둘째 날, 처음으로 들렸던 곳은 푸트라 모스크였습니다. 이 푸트라 모스크는 말레이시아에서 상징적이고 중요한 사원입니다. 우선 만들어진 시기를 보자면 1997년에 짓기 시작해서 1999년에 완공된 최근에 지어진 사원이고요. 말레이시아의 행정수도인 푸트라자야 중에서도 총리실 바로 옆에 위치해 있습니다. 또한 모스크 앞에 있는 큰 광장에는 중앙의 말레이시아 국기를 중심으로 원형으로 말레이시아 각 주(State)의 깃발이 펄럭입니다. (왜 이 사원이 상징적이고 중요한지는 우리나라의 경우로 치환해서 생각해보면 됩니다. 만약 우리나라 청와대나 국회 바로 옆에 어떤 거대한 종교적 건물을 짓는다면...?)
우리는 복장을 점검하고 모스크 안으로 들어갔다. 여성들은 국적과 종교를 불문하고 로브를 입고 모두 붉은 물줄기처럼 한 곳으로 향해 갔다. 마치 흐르듯이. 그렇게 들어간 모스크는 정말 아름다웠다. 단순히 분홍색 문양이라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함이 넘치는 문양이 사원 안에 가득 피어있었다. 스테인글라스를 투과한 햇빛을 가득 머금고. 그곳에 서서 나는 한동안 천장을 바라보았다. 그 천장을 바라보기 전까지 아름다움과 웅장함은 거리가 먼 단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문양들은 천장의 끝으로 수렴해가면서 아름다움에서 웅장함으로, 웅장함은 압도적인 느낌을 불러일으켰다. 천장을 향했던 눈이 기도하는 사람들에게 닿았을 때 나는 자연스럽게 무릎을 꿇고 기도를 드리고 있었다.
나는 어떻게 기도를 드려야 하는지 말레이시아 친구에게 물었다. "이곳에서는 기도를 어떻게 해?" 그 친구는 나의 우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해주었다. "기도는 자세나 방식만이 중요한 게 아니야" 물론 내가 무슬림이 아니었기 때문에 예법을 정확히 따르지 않아도 된다는 뜻에서 대답해주었겠지만 잠시 내 질문이 부끄러웠다. 그리고 이내 안희연 시인의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시집에 수록되어 있는 「물속 수도원」의 첫 구절이 떠올랐다. "기도는/기도라고 생각하는 순간 흩어진다" 이 문장도 정말 좋았다. 이 시의 물속 수도원에서 오랫동안 잠겨있다 보면 이 첫 구절을 마지막 구절과 수미상관을 이룬다. "이마를 짚으면 이마가 거기 있듯이/이마를 짚지 않아도 이마가 거기 있듯이"
나는 주변 분들이 어떤 시가 정말 좋지만 이해는 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할 때 보통 시가 다가오는 순간까지 기다려 달라고 말하곤 한다. 또 시를 기법적으로 해석하거나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그렇게 다가오는 순간에 마주하는 시는 다르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런 순간은 삶 속에서 드물지만 귀중하게 찾아온다. 드물기에 귀중하고 귀중하기 때문에 드물다. 그러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순간은 반드시 오고 그런 순간 뒤에는 당신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된다는 점이다. 나는 이국의 사원에서 잠시 그런 순간 속에 머물렀다.
오묘한 기분이 지나가고 잠시 아찔한 환영이 비쳤다. 사원이 모래에 휩싸이고 기도하는 사람 몸 위로 모래가 쌓이고 사원에는 모래가 쌓이고 이내 사원은 무너지고 그 위로 또 다른 사원이 지어지고. 기도하는 사람들은 기도를 마치기 전까지 일어나지 않고 물 위에 있던 사원이 이내 물에 잠기고 그런 시간들이 찰나처럼 지나가고 찰나가 영원처럼 영원은 찰나처럼 지나갔다. 내 눈이 환영에 잠길 때 옆에 있던 친구가 너무 깊게 빠지지 말라고 내게 말해주었다. 맞다. 돌아가야 하니까. 이곳은 떠나온 곳이자 동시에 떠나가야 할 곳이니까. 그렇게 아쉽게 발걸음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