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츄 제티] 이름을 모르고도 인사를 나눠 가질 수 있어요
이곳 페낭 츄 제티(Chew jetty)*에서 해가 질 때까지 위에 보이는 나무다리에 걸터앉아 있던 중이었다. 한 소녀와 소년이 옆으로 오더니 나와 친구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았다. 아마 우리에 대해서 말도 주고받고 웃기도 하더니 내가 "둘이 커플이에요?"라고 물어보니 부끄러운지 얼굴이 빨개지며 등을 돌리며 멀찍이 가서 걸터앉고서 한참이 지난 후에야 "우린 오누이예요"라고 소년이 답을 해주었다. 오누이는 한동안 바다를 바라보았다. 바닷속에서는 이리저리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고 소녀는 신기한 듯 바라보며 이것저것 오빠에게 물었다. 그리고 우리와 눈을 마주칠 때마다 미소를 지어주다가도 휙 고개를 돌렸다.
흔들거리는 다리를 여동생이 무서워하자 손을 꼭 잡아주는 오빠와 그 뒤에서 조심스레 한 걸음씩 걸음을 옮기는 동생. 앉아서 동생이 이것저것 물어보자 대답을 해주는 오빠와 그런 오빠를 바라보는 동생. 하늘에 떠있는 구름조차 사랑스럽게 보이는 순간이었다. 그 날 나는 해 질 녘을 보기 위해 그곳에 갔지만 노을보다 더 아름다운 순간을 품에 안고 돌아왔다. 그렇게 어떤 순간은 말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특히 아름다운 순간이 그렇다. 이해하려는 마음을 잠시 내려두고 생긴 여백을 그 순간에 넉넉히 넘겨주었다. 그렇게 나는 서로 이름을 모르는 누군가와도 인사를 나눠가질 수 있게 되었다.
오누이에게 잘 가라고 인사를 나누고 한동안 다시 친구들과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다 에이드리안(Adirian)이라는 친구와 만났다. 에이드리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왔고 지금은 한 달 동안 아시아를 여행 중이라고 했다. 귀여운 사이즈의 가방과 노란 모자를 쓰고서. 어제 페낭에 왔고 이곳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아름다워서 오늘도 다시 왔고 내일은 이곳을 떠나서 쿠알라룸푸르로 갈 거라고 했다. 내게는 다소 빈약해 보이는 그의 짐을 보고 나는 물었다.
"어젯밤에 비 많이 왔는데 숙소는 괜찮았어?"
"환상적이었어. 물이 무릎까지 찼거든!"
"그게 환상적이었어?"
"응 재밌지 않아? 그래서 물이 빠질 때까지 친구들이랑 근처 바에 가서 놀았어"
"그렇구나! 재밌었겠다"
그는 보기 드문 진정한 배낭여행가였다. 그는 여행 중에 생긴 다양한 에피소드를 이야기해주면서 어젯밤과 같은 갑작스러운 이벤트들이 돌아보면 여행을 더 풍성하게 해 준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렇지, 마치 길을 걷다 갑작스럽게 마주한 소나기처럼. 예기치 못한 일들만이 예기치 못한 감정들을 우리 안에 불러일으키지만 우리의 기억을 행복하고 즐거운 기억으로 적실지 짜증나고 불편한 경험으로 축축하게 받아들일지 우리의 선택이다. 그런 과정과 마음을 배워나가는 게 여행이 아닐까. 우리가 길을 걸어가는 이유가 아닐까.
우리가 페낭힐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곳에 가봤냐고 묻자 그는 "사진을 보니 가고 싶어 졌다"며 석양은 이곳이 아니라 페낭힐의 정상에서 봐야겠다 말하며 떠났다.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긴 체. 그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가 걸어간 길을 밟으며 돌아오는 길에 우리가 인사말처럼 사용하는 "Where are you from"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왜 어디서 왔는지에 대해서 묻는가. 우리는 과거를 바라보며 미래를 만진다. 그러나 From도 중요하지만 going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여행 중에는. 여행은 관성에서 벗어나는 일이니까. 얼마든 다른 보폭으로도 호흡으로도 걸을 수 있으니까. 그게 나의 여행 중에 만난 아이들과 에이드리안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는 질문이니까. 나는 "Where are you going?"를 헤어질 때의 인사말로 사용하지 않기로 한다.
Where are you g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