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낭은 처음이라] 당신이 우리를 만들 때도 이렇게 행복했을까?
해가 저물어 갈 즈음 부산했던 하루를 카페에서 정갈하게 정리하려한다. 일기장을 꺼내어 일어났던 일들을 정리한다. 일어나지 않았던 일들을 적을 때도 있다. 자라나는 문장들의 성장판을 일부러 닫지는 않는다. 그러다 보면 조금씩 조금씩 자라기 시작한다. 조금씩 조금씩 적는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은 읽는 행위에 대해서는 그릇된 말일지 모르겠지만 자신의 글에 대한 욕심에 관한 한 타당한 격언이다. 물론 이 또한 욕심을 부리다 글을 계속해서 망치고 난 뒤에 깨닫곤 하지만.
이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풍경이다. 방금 구운 와플이 반으로 쪼개져 있어 안을 의심하지 않아도 되고 아메리카노에 햇살이 비치며 컵 안에 여러 색을 담아내는 순간이다. 그리고 이전에 적었던 글을 읽어보거나 적을 글을 생각하며 호흡을 가다듬어 본다. 이럴 때는 시간이 오롯이 내 것이 된 것만 같은 행복한 착각을 하게 된다. 사람들은 팩트(Fact)를 중요시한다. 특히나 중요한 판단을 내릴 때면 우리는 모호한 것들을 제쳐두고 확실한 사실에 기반해 결정을 내리고 싶어한다. 효율적이고 이성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행복은 효율적일까. 아니면 이 둘은 완전한 독립변수일까. 그러나 우리는 인간이 효율을 추구할 때마다 항상 과오를 범해왔음을 아프게 기억하고 있다. 와플이 구워지는 시간을 기다리는 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그저 와플 기계에 반죽이 조금 넘치는 것을 보며 익어가는 행복의 냄새를 맡는다. 우리를 만든 당신도 익어가는 우리를 보며 행복해하고 있을까 생각을 하며.
한국의 서비스에 익숙해져 있다가 이곳의 카페에 오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위 사진은 비 오는 날 학교 카페의 사진이다. 처음 봤을 때는 그런가보다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비가 오는 날마다 오는 손님처럼 저렇게 양동이가 카페 안 한 두 군데 앉아있다. 처음에는 당황스러웠지만 이제는 무언가 귀엽기도 하고 이곳의 분위기에 퍽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리고 빗소리가 똑똑 떨어지는 소리가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마치 메트로늄 같다. 그리고 옆에 위치한 표지판도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비 오는 날에는 카페 안에서는 조심해야 한다. 특히나 저기 근처에서는 말이다. 그러나 나는 몇 번을 넘어질 뻔하고서야 경험으로 깨닫는다.
인생에도 저런 표지판이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욕심이 섞인 투정을 당신께 부려본다. 몇 번 넘어지고서라도 저런 표지판을 보면 조심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게 욕심이라면 비 오는 날에는 비가 온다는 것만이라도 알고 싶다. 이럴 때마다 상투적으로 들려오는 알 수 없기에 인생이 재밌지라는 말을 건네기엔 봄비조차 아프게 맞는 사람들이 있어서. 시간이 약이라고 말하기엔 화창한 날에도 우산을 내려놓지 못하고 절박하게 부여잡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 비는 이곳의 스콜처럼 늘 갑작스럽게 쏟아져서. 그렇게 텅 빈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창 밖 사람들의 우산 위로 꽃잎이 비에 젖어 떨다가 이내 떨어지고 있었다.
글을 잠시 쉬는 동안! 치앙마이에 다녀왔습니다. 근데 자발적으로 쉰 게 아니라 노트북을 가져가는 걸 깜빡해서.. 조만간 치앙마이에 다녀온 이야기도 적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