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속에 꿈을 심는 사람들

[페낭은 처음이라]치앙마이 야시장 투어

by 변민욱

말레이시아에 교환학생을 온 뒤로 나중에 한국에도 도입했으면 하는 시스템들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Midterm break'라는 기간이다. Midterm break는 중간고사 전의 한 주 동안 주어지는 방학이다. 교환학생으로 온 친구들 뿐만 아니라 현지 친구들도 은근히 중간고사를 기다리기도 한다. 특히나 비행기표를 예매해놓았다면 더욱이. 그래서 중간고사 전 친구들과 가장 많이 이뤄지는 대화는 시험 범위나 문제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에어아시아의 프로모션 소식이나 말레이시아나 근처 나라의 숨은 명소와 맛집에 대한 이야기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곳은 시험보다는 매주 해야 하는 과제나 팀플 비중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시험은 보통 성적에서 10-20% 정도 차지한다.)


물론 남아서 열심히 공부를 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곳 출신 교수님들은 부디 이 기간 동안 부디 '잘 놀 것'을 권하신다. 강의실 안에서 여러분들이 배우는 내용들도 중요하지만 이는 지식일 뿐이며 강의실 바깥에서 경험하며 배우는 교훈들이 어쩌면 여러분 인생에서는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면서. 비슷한 이야기를 한국에 계신 교수님께서도 내가 이곳으로 오기 전에 해주셨다. 아니 수없이 들어왔다. 떠나야 한다고 나가서 부딪혀야 한다는 생각은 수없이 해왔다. 그러나 앉아 있을수록 바깥으로 나가기가 어렵고 두려웠다. 어렵고 두려운 일들은 갈수록 더더욱 어렵고 두렵기만 했다. 남들 다 간다는 교환학생이었지만 그래서 나에게는 큰 결심이기도 했다.


그렇게 잠시 주어진 기간 동안 어떻게 잘 놀까 생각을 해보다 치앙마이에 가기로 결심했다. 좋아하는 시인 한 분의 브이로그를 보면서 이전부터 꿈꿔왔고 또 다른 시인 분은 그곳은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장소'라고 했으니. 나름 '성덕(성공한 덕후) 여행'이자 순례였던 셈이다. 나중에 화근이 되기도 했지만 주저 없이 혼자서 치앙마이에 가기로 결심했다. 특별한 여행 준비도 없었다. 그저 브이로그를 다시 보고 가보고 싶은 카페와 어떤 책을 들고 갈지만 고심했다. 그리고 치앙마이 여행을 끝내고 돌아가는 비행기에서 나는 이곳의 분위기와 꽤 잘 어울리는 여행을 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치앙마이에서는 중력이 다르게 작용하는 듯하다. (미세먼지가 도무지 사라지지 않는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이곳의 분위기와 맞물리며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흘러간다. 이곳에서는 현지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지역에서 온 여행객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그들의 표정을 살펴보면 치앙마이의 매력은 다른 게 아니었다. 고즈넉하면서도 활기가 있는 낮과 그곳의 밤하늘처럼 밝으면서도 깊은 분위기. 서로 대척점에 있는 줄 알았던 두 가지 분위기가 이곳에 있는 동안 사람들에게 스몄다. 보통 이곳에 여행을 오면 이곳의 상징적인 사원인 도이수텝에 가거나 코끼리 투어를 하는데 전자는 이곳이 처음이지만 언젠가 또다시 올 것 같아 돌아올 곳을 남겨두기 위해서. 후자는 하고 싶었으나 계획을 성실히 지키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그러다 우연히 저녁을 먹은 식당의 주인아저씨가 근처에서 큰 야시장이 열린다고 해서 가게 되었다. 역시 구경 중에도 시장 구경이 제일이라고 사람들로 붐비는 사이로 야시장에는 특색 있고 아름다운 물건들이 많았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치이며 지쳐갈 무렵 돌아가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시장의 끝 부근에서 'Simon'이라는 한 청년을 만났다. 그는 노점에서 사진들을 팔고 있었다. 많은 수공예품들을 보면서 예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지나쳐 왔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은 묘한 매력을 내게 내뿜어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에게 물어봤다. "이 사진들 네가 직접 찍은 거야?" 왜냐하면 전 세계 도시 명소들의 사진들이 좌판을 가득 메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옆에 앙증맞게 앉아있는 펭귄 인형을 가리키며 "응. 이 펭귄 인형이랑 같이 여행하면서 찍은 거야"라고 대답했다. 옆에 앉아 있는 그의 경쟁사이자 친구는 "그거 포토샵이야. 5분만 주면 나도 할 수 있어"라고 농담하기도 했지만 이어지는 대화에서 그는 "NO NO it's real"이라고 하고 친구 역시 "내가 같이 다녔는데 그거 진짜 맞아. 나도 인형 하나 마련해야 하나"라고 말했다. 사진을 뒤적이며 자연스레 대화를 이어갔다. 이제는 사진보다 그에게 더 매력과 호기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한국 사진은 없어?"

"응. 한국은 아직 못 가봤어. 근데 언젠가 꼭 한 번 가고 싶은 나라 중 하나야"


와 같은 간단한 대화에서 시작했지만 이내 내 질문은 푸른 밤과 함께 깊어졌다. 세계 곳곳을 여행한 그에게는 여행을 다니는 특별한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돌아온 그에게서 돌아온 대답은 평범했다. 다만 대답을 하는 그의 눈이 별에서 떨어진 조각처럼 밤의 어둠 속에서도 밝게 빛났다.


"왜 여행을 해?"

"나도 사람들이 여행을 다니는 이유가 궁금해서 이 친구랑 같이 여행을 떠났어. 근데 아직 그 이유를 못 찾아서 계속 여행을 하고 있어."

"언제까지 여행을 할 생각이야?"

"그건 나도 모르겠어 그런 게 없어야 진짜 여행이 아닐까. 여행을 떠나면서 가져온 돈을 다 쓰면 이렇게 사진을 판 뒤에 근처 나라나 도시로 다시 떠나고 있어."

나는 고사하고 내 친구가 만약 이런 여행을 떠난다고 했다면 나는 극구 만류했을 것이다. 위험하고 무모하다면서. 그러나 가격을 물어보면서 문득 나는 그의 경험과 여유가 부러워졌다. 나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이자 가고 싶은 곳인 콤포스텔라 사진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그에게서 콤포스텔라의 사진을 산다는 것 자체가 마음에 들었고 가격을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네가 내고 싶은 만큼"이라고 말을 했다. "그럼 그냥 가져가도 돼?"라고 장난스럽게 내가 묻자 "음.. 근데 그럼 내가 한국을 못 갈 것 같은데"라고 재치 있게 답해주었다.


아마 여행 마지막 날이었으면 남은 모든 돈을 주고 왔으리라. 그는 너무 많다면서 만류했지만 한국에 오게 되면 연락하라고 말하며 꽤나 많은 돈을 그에게 지불하고 사진을 사 왔다. 그만 너무 멋있는 말은 많이 한 것 같아 나도 "나는 사진이 아니라 너의 꿈을 응원하며 사는 것이라고" 그는 사진 뒷면에 "We wish you to have more travel and explore this world!"라고 적어주었고 나는 여행 동안 그 사진을 어디에다 간직할까 고민한 끝에 다이어리 마지막 장에 붙였다. 너무 돈을 적게 지불한 것이 아닐까 생각을 하면서 나는 여행은 여행을 하면서 배워야 한다는 단순한 교훈을 배웠다.